“청소를 끝내고 직원 샤워실을 쓸 때는 괜히 눈치가 보였어요.”
지난 12일 오후 3시 서울 서대문구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본관 5층 청소를 끝낸 허모(65·여)씨 얼굴은 땀범벅이었다. 허씨는 본관 뒤편 마당에 마련된 청소노동자 휴게실로 향했다. 컨테이너 공간을 개조한 휴게실에는 냉장고와 개인 옷장, 싱크대는 물론이고 샤워실까지 갖춰져 있다.
2014년 서울시가 ‘청소근로환경시설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시와 자치구 산하 59개 기관 350개 청소노동자 휴게시설을 개선하기 시작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지난 6월 상수도사업본부가 청소노동자 휴게실을 만들어주기 전까지 허씨와 동료들은 직원 샤워실에서 눈치를 보며 씻거나 땀에 젖은 채로 퇴근을 해야 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청소노동자 휴게시설은 작업 현장에서 3분 내외로 접근 가능한 곳에 청소노동자 1인당 5㎡ 이상의 전용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샤워실과 탈의실, 세탁실 등이 일체형으로 구성된 공간을 마련하고 냉장고 등을 필수적으로 갖추도록 했다.
7명이 사용하는 상수도사업본부의 청소노동자 휴게실은 본관 뒷마당에 41㎡ 크기로 마련됐다. 상수도사업본부는 휴게실에 샤워실을 만들기 위해 상수도관을 새로 설치하고 전기를 끌어왔다.
상수도사업본부 구아미 부본부장은 “여사님들 일은 땀 흘리는 일이다”라며 “씻을 공간을 마련해 드리는 게 업무 차원에서도 당연하다”고 말했다.
상수도사업본부 청소노동자 조모(57·여)씨는 “다른 곳에서 일할 때는 머리 대고 쉬는 게 소원이었다”면서 “휴게실이 생긴 지금은 잠시라도 누워 쉴 공간이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은평구 구파발역 광역환승센터 청소노동자들의 쉼터도 눈에 띄게 개선됐다.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은 주차장 한쪽에 있는 창고를 고쳐 여성 청소노동자들을 위한 휴게실을 새로 만들었다. 주차장이라는 특성상 휴게실에 상수도 시설을 마련하는 게 어려웠지만 인근에 개방화장실이 있어서 상수도를 끌어왔다.
서울시 관계자는 “내년까지 청소노동자 쉼터가 대부분 개선될 수 있도록 각 기관들을 독려하고 있다”면서 “쉼터가 지하시설에 위치해 있거나 임대건물에 입주해 있어서 시설 개선이 어려운 경우에도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서울시 청소노동자 휴게실 확∼ 바뀐다
입력 2017-09-15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