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사법 당국이 최근 사회적 영향력이 큰 성직자와 자유주의 사상가 등 30여명의 저명인사를 한꺼번에 체포했다. 이번 조치가 무함마드 빈살만 알사우드(31·사진) 왕세자의 왕위 계승을 앞두고 권력 기반 다지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체포된 인사 중에는 무함마드 왕세자가 주도해 온 경제구조 개혁 프로그램을 비판한 논평가 에삼 알자밀과 오사마 빈 라덴의 정신적 지주로 1400만여명의 트위터 팔로워를 보유한 이슬람 성직자 살만 알 오다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혐의에 대해 함구한 사우디 당국은 “국가의 이익을 해치는 이들을 체포했다”면서 “외세와 결탁해 사우디에 불안을 조성할 중대한 계획을 준비해온 이들의 매우 구체적인 범죄 네트워크”라고만 밝혔다.
사우디 정부의 갑작스런 내부 단속에 살만 국왕의 퇴위와 무함마드 왕세자의 등극이 가까워졌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익명의 사우디 정부 고문은 WSJ에 “무함마드 왕세자가 분명히 왕이 될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왕세자는 자신이 왕이 되는 것에 대한 내부 논쟁을 끝내고 권력을 분산하려는 반체제 인사들을 제압해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사우디 정부는 살만 국왕의 퇴위 계획을 부인했지만, 왕실 측근 인사들은 늦어도 내년 상반기 안에 왕위 계승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6월 사촌형 무함마드 빈나예프 전 왕세자를 밀어내고 왕위 계승 서열 1순위를 꿰찬 무함마드 왕세자가 이미 대부분의 정권을 장악했다는 시각도 많다. 현지의 한 사회운동가는 WSJ에 “왕세자 측은 모든 사우디인들에게 자신들 편에 서거나 적이 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강력한 경고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우디를 떠나 미국에 정착한 정치평론가 자말 카쇼기도 최근의 움직임에 대해 “전례 없던 일들”이라며 “(사우디에서는) 집에서조차 질식할 듯 숨이 막혔다. 그들의 협박에 사람들은 고통스러워질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
사우디 왕위 계승 임박? 反정부 인사들 무더기 체포
입력 2017-09-15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