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돈 쓰면 안 됩니다, 진짜 스투핏(Stupid)! 긴장하셔야 돼요!” 6년차 직장인 윤모(30·여)씨는 요즘 출퇴근 때마다 스마트폰으로 ‘김생민의 영수증’ 팟캐스트 방송을 즐겨듣는다. 진행자들이 청취자의 영수증을 하나씩 뜯어보며 어떤 돈을 어떻게 아껴야 했는지, 돈을 모으려면 얼마를 어떤 예·적금에 모아야 하는지를 얘기하는 걸 듣다보면 소비습관을 절로 반성하게 된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자신의 소비행태를 분석·상담 받으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 여기에 맞춰 금융권에선 인공지능(AI)이 소비행태를 분석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고객의 소비 데이터를 많이 쌓아둔 카드업계와 은행권은 물론 핀테크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도 뛰어들었다.
신한카드는 지난 3월 AI가 소비를 분석하는 ‘FAN(판) 페이봇’을 내놓았다. 이용자의 소비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분석 역시 정교해진다. 개인에 따라 소비 분류를 세부적으로 조정해줘 맞춤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항목별로 따로 예산을 설정해 지출과 비교할 수도 있다. 삼성카드도 소비내역 분석 서비스를 내놨다. 스마트폰 앱에서 카드 이용패턴을 분석해 카드를 이용할 때 받는 혜택을 따져볼 수 있다.
은행권에서는 하나금융그룹이 선두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해 10월 SK텔레콤과 합작투자해 ‘핀크’라는 회사를 세웠다. 이어 같은 이름의 모바일 앱을 지난 4일 출시했다. 채팅 형식으로 이용할 수 있는 AI 챗봇(Chatbot) ‘핀고’를 비롯해 지출내역과 현금흐름 시각화 서비스를 제공한다. 공인인증서를 등록한 다른 금융기관 계좌와도 연동해 자금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사용자 목적에 따라 용돈통장 등에만 연결해 관리하는 것도 가능하다.
핀테크 스타트업도 개인자산관리(PFM)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소비분석 앱 ‘뱅크샐러드’를 지난 4월 리뉴얼한 레이니스트도 그 가운데 하나다. 이 앱에선 공인인증서를 통해 모든 금융계좌를 관리할 수 있다. 레이니스트 관계자는 14일 “앱에서 구현하고 있는 소비 분석 서비스에 더해 올해 안에 모든 카드사 상품을 비롯해 1000여개 넘는 예·적금 상품 가운데 소비행태에 맞는 금융상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에선 ‘민트닷컴(mint.com)’ 등 개인자산관리 시장의 성공사례가 많다. 반면 국내 업체들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개인자산관리 시장이 빨리 성장하려면 온라인 금융상품 가입이 활발해야 한다”면서 “국내 금융회사들이 오프라인 창구에만 신경을 쓰다보니 이 분야의 발전이 더딘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금융회사에겐 아무래도 자기 상품에 고객을 유치하는 게 최우선”이라며 “외국처럼 각 금융사가 데이터를 완전 공유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시스템을 갖추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고객님, 금요일 지름신 조심” 씀씀이 분석 AI 바람
입력 2017-09-15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