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에 반발하고 있지만 이면으로는 미국과 접촉을 통해 대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노동당 외곽기구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는 14일 ‘미국과 추종세력들은 우리 천만군민의 서리발치는 멸적의 기상을 똑바로 보아야 한다’는 제목의 대변인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서는 “극악한 제재 결의 조작은 우리로 하여금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져도 (핵과 경제) 병진의 한길로만 나아가려는 불변 의지를 더욱 억척같이 벼리게 한다”고 적개심을 드러냈다.
그러나 비난 성명에도 불구하고 북한 외무성의 최강일 미국국 부국장은 지난 11∼13일 스위스에서 개최된 동북아 안보에 관한 국제회의에서 에번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비공식 접촉을 가졌다고 일본 NHK방송이 보도했다. 양측은 6차 핵실험에 따라 채택된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일본 산케이신문은 13일 최 부국장이 스위스에서 나마즈 히로유키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 참사관과 만났다고 보도한 바 있다.
또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도 리아노보스티통신과 인터뷰에서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북핵 문제의 평화로운 해결을 촉구했다. 랴브코프 차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북한과) 대화를 시작할 정치적인 의지와 단호함이 있는지에 대해 확신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는 동료 국가들과 협조해 문제 해결 모델을 제안하고자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도 북핵 문제에 대해 외교적 해법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밝혔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외신기자클럽 브리핑에서 “북핵 해법에 있어 외교는 여전히 가장 우선하고, 가장 중요하고, 선호하는 접근법”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외교적 접근법이 실패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 낙관한다”고 강조했다.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北의 두 얼굴… 앞에선 적개심 뒤로는 美와 비공식 접촉
입력 2017-09-15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