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가 유엔 산하 국제기구의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에 800만 달러(약 90억원) 어치의 현물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정치적, 군사적 상황과 무관하게 인도적 지원은 추진한다는 기본 원칙을 재확인했다. 우리 정부가 국제기구를 통해 대북 지원을 하는 것은 박근혜정부 시절이던 2015년 12월 이후 1년9개월 만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14일 “오는 21일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에서 유니세프와 세계식량계획(WFP)이 요청한 대북지원 사업을 논의한다”며 “아동과 임산부를 위한 영양강화식품 450만 달러(약 50억원), 백신과 필수 의약품, 영양실조 치료제 350만 달러(약 40억원) 등 총 800만 달러를 공여하는 계획을 관계 부처와 협의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유엔인구기금(UNFPA)이 추진하는 제3차 북한 인구총조사 사업에 600만 달러(약 68억원)를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올 초부터 진행되고 있는 북한 인구총조사 사업은 다음 달 중 시범조사를 거쳐 내년 10월 본조사를 실시한다. 정부는 2008년 실시된 2차 사업에 400만 달러를 지원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6차 핵실험을 실시한 직후 대북 인도적 지원을 재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공조를 훼손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북핵 문제와 인도주의적 트랙은 다르다”면서 “국제기구를 통한 인도적 지원은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고심을 많이 하고 회의도 했지만 북핵과 별개로 다루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국제기구를 경유하는 대북 인도적 지원은 이명박·박근혜정부에서도 지속돼 오다 지난해 초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전면 중단됐다. 이후 박근혜정부는 북한 취약계층을 위한 인도적 지원의 필요성에는 공감한다는 기본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구체적인 시기와 규모 등 상황을 봐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지원을 거부했다. 반면 미국은 올해 초 버락 오바마 대통령 퇴임 직전 유니세프의 대북 사업에 100만 달러(약 11억원)를 지원하는 등 국제사회 차원의 인도적 지원은 계속돼 왔다.
조성은 문동성 기자 jse130801@kmib.co.kr
‘대북 채찍’ 들었지만 인도적 지원은 한다…‘90억+68억’
입력 2017-09-15 05:03 수정 2017-09-16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