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 문제로 여야의 2라운드가 시작됐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사태로 불거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간 신경전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보수야당이 김 후보자 부적격 입장을 굳히면서 국민의당이 다시 캐스팅보터가 됐다. 하지만 민주당과 국민의당 관계 회복이 요원한 상태여서 초유의 ‘대법원장 공석 사태’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14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야당이 김 후보자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에 반대하는 것을 두고 “지금처럼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이 계속 인사 어깃장을 놓으면 퇴계 이황이나 황희 정승을 모셔 와도 (청문회) 통과가 어렵다”며 “얄팍한 정치 셈법과 대통령을 골탕 먹이겠다는 심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을 겨냥해서는 “추석 민심 상차림에 적폐세트로 오르지 않으려면 개혁대열에 동참하라”고 압박했다.
보수야당은 반대 연대를 형성했다. 이날도 “김 후보자는 사법부 코드화의 정점에 있는 인물”(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 “대법원을 이끌 분이냐는 데 대해 전혀 확신을 못 줬다”(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더 큰 문제는 헌재소장 후보자 인준안 부결 이후 민주당과 국민의당 간 감정의 골이 패였다는 점이다. 추미애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는 ‘뗑깡’ ‘적폐연대’ 등의 표현을 쓰며 국민의당을 맹비난했고,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졸렬한 마타도어’ ‘시정잡배 망언’ 등의 발언으로 맞불을 놨다.
국민의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추 대표와 우 원내대표 공개 사과가 없으면 김 후보자 인준안 협의 자체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까지 밝혔다. 최명길 원내대변인은 “당사자가 분명하게 사과하지 않는 한 민주당과 어떤 절차적 협의도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김 후보자 표결 역시 헌재소장 후보자 표결 때처럼 의원 자율투표에 맡기기로 했다. 민주당은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읍소전략도 정면돌파 전략도 쉽지 않다. 수도권 중진의원은 “국민의당을 자극만 할 게 아니라 청와대와 교감을 통해 협치를 조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도 사정은 복잡하다. 표면적으로는 민주당을 압박하는 모양새지만 내부에서는 지역 여론을 감안해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김이수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이후 전북 지역에 ‘자유한국당 대표 갑철수’ 등의 비난 플래카드가 붙었다. 호남 지역 한 의원은 “헌재소장 낙마로 대법원장까지 주저앉히는 건 부담이 커졌다”고 했다.
여야 대치로 대법원장 공석 가능성은 높아졌다. 양승태 대법원장 임기는 오는 24일까지인데, 예정된 다음 본회의는 28일이다. 우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다음 주 중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려면 야당이 협조해야 하는데 걱정이 많다”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에게 ‘국외 활동 제한’도 공지했다. 국민의당은 “25일 전에 임명 절차를 끝내야 한다는 요구에 얽매이지 않겠다”고 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거취가 변수라는 관측이 있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야3당의 ‘부적격’ 의견을 존중하는 모양새를 취하며 협조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 후보자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소속 여야 간사들은 이날 보고서 채택 협상에 나섰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여야는 15일 논의를 재개키로 했다.
글=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
김명수 인준 전쟁… 민주·국민의당 감정싸움이 ‘복병’
입력 2017-09-15 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