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맞아 국내 공연계의 양대 축제인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스파프)’와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시댄스)’가 돌아왔다. 연극과 무용 모두를 즐길 수 있는 스파프와 국내외 무용 수작을 만날 수 있는 시댄스. 스파프는 7개국에서 작품 17편을 15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시댄스는 19개국에서 작품 41편을 다음 달 9일부터 29일까지 선보인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올해 17회째를 맞은 스파프는 여느 해보다 풍성하다. 외국작품 ‘빅(BIG)3’가 동시에 오는 이례적 경우다. 빅3로는 그리스 디미트리스 파파이오아누 연출의 ‘위대한 조련사’와 루마니아 실비우 푸카레트 연출의 ‘줄리어스 시저’, 영국 안무가 아크람의 ‘언틸 더 라이언즈’가 한데 묶였다. ‘위대한 조련사’는 아시아 초연으로 올 프랑스 아비뇽 축제에서 큰 호평을 받았다. ‘줄리어스 시저’는 개막작으로 축제의 문을 열고 ‘언틸 더 라이온즈’는 문을 닫는다.
국내작도 알차다. 연극 ‘하얀토끼 빨간토끼’는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특별 기획작이다. 배우들은 현장에서 대본을 처음 보고 즉흥적 연기를 펼쳐야한다. 연출이나 리허설도 없다. 연극계를 대표하는 배우 손숙 이호재 예수정 하성광 김소희 손상규 등이 한 번의 공연만 허락되는 6인6색 무대에서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특별 무대를 보여줄 예정이다. 이밖에도 무용 ‘모르는 사이에’ ‘데카당스시스템’ 연극 ‘나는 바람’ ‘위대한 놀이’ 등이 있다.
올 주제는 ‘과거에서 묻다’다. “처음과 끝이 맞닿아 있을지 모를 인간의 역사 속에서 현대인의 오류와 착오의 해결점을 지난 시간에서 찾아보는 게 어떨까”하는 물음에서 시작됐다. ‘줄리어스 시저’는 시저와 브루투스 이야기가 오늘날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의미, 무용 ‘미인’은 과거와 현재, 미래의 미(美)를 생각한다. 역사를 돌아보며 인간성 회복을 탐구한다.
서울세계무용축제
어느덧 스무 살 성년이 됐다. 한·영 상호교류의 해를 맞아 마련된 ‘영국 특집’과 더불어 차려진 ‘스페인 특집’. 양국 현대무용이 각각 개막과 폐막을 수놓는다. 댄스 프리미엄, 댄스 모자이크, 댄스 플랫폼의 세 범주로 묶어 취향대로 골라서 볼 수 있도록 했다.
세계적 명성의 단체들이 선보이는 프리미엄 코너에서는 10년 만에 시댄스를 찾은 영국의 러셀 말리펀트 컴퍼니의 개막작 ‘숨기다/드러내다’가 단연 눈길을 끈다. 이 단체는 ‘영국의 자존심’ ‘육체의 시인’으로 불리며 사우스뱅크상 등 각종 무용상을 휩쓸었다. 무대의 한계에 저항하는 무용수의 모습을 통해 인체의 조각적 특성이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폐막작인 스페인 차세대 거장 마르코스 모라우의 ‘죽은 새들(피카소의 도시들)’도 볼만하다. 피카소의 회화에서 제목을 딴 것으로 피카소 시대로 시계를 되돌린다.
실험성 있는 작품을 즐긴다면 댄스 모자이크를 권한다. 올해 메인 포스터를 장식한 스위스의 샛별 야스민 위고네의 ‘포즈 발표회’는 몸짓 소나타 같다. 오직 몸 하나로 음악을 만들고 리듬을 만들어낸다. 스페인 마오 무용단은 한국 할머니와 함께 커뮤니티 댄스를 펼쳐 이채롭다.
댄스 플랫폼은 한국 무용을 소개하는 코너다. 이 가운데 ‘후즈 넥스트’는 4년 전부터 선보인 경연프로그램으로 한국 무용의 세계 진출 발판이 되고 있다. 무용의 ‘슈스케(슈퍼스타K)’를 보는 듯해 흥미진진하다.
손영옥 선임기자, 권준협 기자 yosohn@kmib.co.kr
몸짓·연기의 ‘빅2’ 향연, 가을 무대 수놓는다
입력 2017-09-14 2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