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 간부들의 하급직원에 대한 ‘갑(甲)질’ 논란인 이른바 ‘쭈쭈바 과장’ 사건의 2차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갑질 사례가 구체적으로 묘사되면서 가해 간부는 물론 피해자들도 특정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간부들은 관련자 색출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노조는 지난 6일 과장급 이상 80명에 대한 갑질 사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A국장은 젊은 여성 사무관과의 술자리를 강요했고, B과장은 냉장고에 쭈쭈바를 사놓지 않으면 조사관에게 짜증을 냈다. 이 외에도 업무 외 개인적인 심부름을 시키거나 해외 파견자가 출장을 오는 하급 직원에게 특정 물품을 사올 것을 강요한 사례 등이 제시됐다.
갑질 상관들 이름은 익명으로 처리됐지만 공정위 내부에서는 대부분 특정이 된 상황이다. 이들 중 일부는 사실관계를 부인하며 악의적인 내용을 유포한 범인(?)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14일 “갑질 상관으로 의심되는 국·과장들이 자중하기보다는 오히려 억울해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노조 발표 이후 진상 파악에 나선 공정위 감사담당관실은 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감사관실 관계자는 “사실관계 확인 후 징계가 필요한 사안이면 그렇게 할 것”이라며 “2차 피해 여부도 조사 대상”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내부에서는 진상조사 결과가 이달 중 예상되는 김상조 공정위원장 취임 이후 첫 국·과장 인사에 알게 모르게 반영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또 다른 공정위 관계자는 “갑질 근절을 내세우면서 내부적으로 갑질 논란에 휩싸인 간부를 중용하기는 힘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삽화=이은지 기자
[관가뒷담] 공정위 갑질논란 ‘쭈쭈바 과장’ 사건…2차 피해 우려
입력 2017-09-15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