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호민교회는 담임목사의 선교열정만으로도 얼마든지 교회 디자인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그렇다고 신석(59) 목사가 건축이나 설계를 공부한 전문가도 아니다. 그림 전시나 성극·음악회 공연 등을 통해 다음세대를 전도한다는 목회 비전을 세웠더니 자연스레 교회가 영성과 예술이 만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13일 교회를 방문했을 때 신 목사는 아내 구숙현(58) 목사의 지시로 삐뚤어진 미술 작품을 정리하고 있었다. 화가이면서 현재 한국미술인선교회 회원인 구 목사는 서초호민교회 내 호민아트갤러리 관장을 맡고 있다.
서초호민교회는 서초대로변에 있는 15층 건물 지하 1·2층에 있다. 예배당은 지하 2층에, 갤러리와 사무실 부속실 등은 지하 1층에 있다.
신 목사는 경기도 안성시 공도의 시골교회에서 8년간 목회했다. 2015년 11월 추수감사절 예배를 마치고 부목사에게 교회를 물려준 뒤 지난해 4월 서초호민교회 입당예배를 드렸다. 전원교회를 꿈꿨지만 아내의 구체적인 문화사역 비전에 감동해 서울 도심으로 나왔다.
부부의 비전은 ‘어린이를 가르치는 청년들이 많은 교육의 중심지이자 교통이 편리한 문화예술의 중심지에서 세계선교를 향한 더 큰 목표를 향해 나가자’는 것이다.
2016년 2월부터 교회 인테리어 공사에 들어갔다. 설계도 같은 건 애초에 없다. 그때그때 생각나는 의견을 업체에 전달하면 예배당에 조명이 켜지고 강단이 세워지면서 교회의 모습을 갖춰 나갔다.
지하 2층에 있는 예배당은 140석 규모다. 전반적으로 따뜻하고 은은한 분위기의 예배당에서 유독 튀는 게 있었다. 가로세로 420㎝, 210㎝ 강단의 전면에 파란색 시트지로 붙인 세계지도다. 신 목사는 “직접 시트지를 사다가 풀칠해 한 땀 한 땀 이어가며 완성한 작품”이라며 “매일 세계지도를 보면서 ‘땅 끝까지 복음을 전파하겠다’고 다짐한다”고 말했다.
눈에 띄는 세계지도가 있는가 하면, 교회에는 신 목사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숨은 공간이 많다. 평소엔 평범한 강단이지만 성극이나 찬양콘서트 등을 할 땐 두개 층으로 이뤄진 강단 계단에 보조무대를 붙여 강단을 넓힐 수 있다. 공연을 위해 무대를 확장할 수 있도록 맞춤식 설계를 한 것이다.
신 목사는 “성극이나 찬양콘서트, 음악회를 할 때 무대나 조명이 참 중요하다”며 “그래서 따로 보조무대를 만들었고, 공연을 위한 조명도 직접 설치했다”고 했다. 보조무대는 평상시엔 교회 밖 복도에 세워져 있다.
또 하나 숨은 공간은 갤러리와 같은 층에 있는 부속실들이다. 원래 지하 1층은 호민아트갤러리가 차지하는 116㎡가 전부였다. 예배당을 공사할 때 신 목사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건 높은 천장. 신 목사는 천장을 막아 갤러리 옆으로 부족한 사무실 공간을 확보했다. 갤러리에서 예배당으로 내려가는 내부 계단도 별도로 설치해 위층과 아래층이 한 공간이라는 느낌을 갖게 했다.
아직 2년이 채 안 된 개척교회지만 이곳을 찾는 이가 많다. 특히 작품전시가 활발하다. 현재 갤러리에선 ACC문화코디네이터 회원전이 열리고 있다. 올 연말까지 전시회 일정이 다 채워진 상태다. 구 목사는 “문화예술 사역을 하는 이들 중에서도 특히 크리스천 작가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며 “갤러리로 만들지 않았으면 식당으로 사용됐을 공간인데, 이렇게 꾸며 놓으니 그림 자체로도 교회 분위기가 살고, 다양한 크리스천의 모임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했다.
이들 부부에게 교회는 어떤 공간적 의미가 있을까. 신 목사는 “‘교회에 갔더니 그림도 보고 노래도 듣고 좋더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교회는 누구에게나 편한 공간이어야 한다”고 했다.
글=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교회와 공간] 예배 드리고 음악 듣고 그림 감상까지… 영성과 예술 함께하는 공간으로
입력 2017-09-15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