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 또는 길게… 금 투자, 기간 나눠 접근을

입력 2017-09-15 05:00

‘금(金) 테크(금+재테크)’가 급부상하고 있다. ‘북한 핵실험 리스크’로 안전자산 수요가 늘면서 금값 랠리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 초까지 계속 금값이 오를 것으로 내다본다. 금에 투자를 하고 싶다면 단기 투자인지, 장기 투자인지부터 선택해야 한다. 이에 맞춰 골드바 구입, 금 관련 펀드 투자 등 자신에 맞는 투자방법을 고를 수 있다.

‘안전자산’ 금의 부각

14일 런던금시장연합회(LBMA)에 따르면 지난 8일 오전에 국제 금 가격은 온스당 1350.9달러를 찍었다. 지난해 9월 이후 최고가다. 올해 초에 1150달러 선까지 내려앉은 후 줄곧 1200∼1300달러 구간에 갇혀있던 금값이 상승 동력을 얻은 것이다.

금은 오랫동안 안전자산 역할을 해왔다. 화폐가치가 개별 국가 혹은 세계 경제의 부침(浮沈)에 따라 변동되는 걸 감안했을 때 대체투자 자산으로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가 금융위기 등을 겪을 때마다 금값이 오르는 흐름을 보여왔다.

최근 들어 금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배경에는 북한이 있다.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한층 고조되자 안전자산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다만 금 가격은 근본적으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반대로 움직인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달러 가치가 높아지면 대체 안전자산 격인 금 수요는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돌출발언 등 미국 내 정치불확실성도 금 가격에 영향을 준다. 세계적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북한을 둘러싼 긴장은 금값 상승분 100달러 가운데 15달러 정도에 불과하다”며 “금값 랠리의 85%는 미국 정치권의 잠재적 위험성 때문에 발생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언제까지 오를까

금 가격 랠리는 계속될까. 1∼2년 정도의 단기전망만 놓고 말하면 대부분 전문가들이 ‘상승세 지속’ 쪽으로 손을 든다. 올해 안에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그간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늦춰지면서 주식이나 부동산 등 다른 대체투자 수단이 올랐던 것에 비해 금 가격은 덜 올랐다”며 “금 가격은 앞으로 꾸준히 상승해 연말까지 1370달러 선을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최고치였던 1370달러가 ‘상승 마지노선’이라는 관측도 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결국 금리인상의 방향성은 정해져있기 때문에 북핵 리스크로 가격이 튄 지금보다 더 오를 공간은 적다”며 “어쨌든 금 가격이 1200∼1300달러의 박스권을 벗어난 만큼 바닥이 견고해진 건 맞다”고 말했다. 황 연구원은 “10년 이상의 장기투자를 고려하고 있는 투자자라면 향후 금 가격이 1200달러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은 낮으므로 가격이 조금 떨어질 때마다 사들이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어떻게 투자하나

가장 전통적 투자방법은 직접 금을 매매하는 것이다. 2014년 설립된 한국거래소의 KRX금시장에서 금을 국제 시세에 맞춰 사고팔 수 있다. KRX금시장을 이용하려면 NH투자증권, 대신증권 등 증권사 10곳 중 1곳에서 ‘일반상품계좌’를 만들어야 한다. 주식투자를 할 때처럼 계좌에 넣은 돈으로 금을 매입하고 매도하는 식이다.

시중은행에서 골드뱅킹 계좌를 만드는 방법도 있다. 골드뱅킹 계좌에 돈을 넣으면 은행이 자동으로 그 액수에 맞게 금을 사들인다. 단, KRX금시장과 은행의 골드뱅킹 모두 금을 사고 팔 때마다 수수료를 내야 한다. KRX금시장에서 거래할 경우 증권사 수수료(0.2%)만 내면 돼 가장 싸다. 은행의 골드뱅킹 수수료는 1% 정도다.

계좌에 숫자로만 찍혀 있는 금을 골드바 등의 실물로 인출해 보관하다 가격이 오르면 파는 것도 가능하다. KRX금시장의 경우 현재 1㎏(약 5000만원) 단위에 맞춰 인출 가능하다. 이달 말부터 100g 단위 인출도 허용한다. 골드뱅킹의 경우 ‘실물거래 계좌’를 따로 만들어 금 실물을 사고 팔 수 있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금을 인출하면 부가가치세 10%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매입 가격과 매도가격이 10% 이상 차이나지 않으면 되레 손해를 보게 된다. KRX금시장팀 관계자는 “금 실물 투자의 경우 인출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10년 이상의 장기투자일 경우에나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금에 간접투자하는 펀드도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운용순자산 10억원 이상의 금 관련 펀드 11개가 최근 한 달 동안 올린 수익률은 6.13%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 수익률(1.71%)이나 해외 주식형펀드 수익률(4.19%)을 웃돈다. 블랙록자산운용의 ‘블랙록 월드골드 증권 자투자신탁(주식)(H)’이 한 달 수익률 9.19%로 높은 실적을 보였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 KINDEX골드 선물레버리지특별자산상장지수투자신탁(금-파생형)(합성H)’도 한 달간 9.9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글=안규영 기자 kyu@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