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中 사드보복에 범부처 대응체계 강화

입력 2017-09-13 18:09
지난 7일 고고도미사일체계 사드(THAAD) 4기 임시 배치로 중국의 무역 보복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자 정부가 범부처 대응 체계를 강화하고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활용하는 등 대응방안 마련에 나섰다. 그동안 피해 기업을 지원하는 식의 방어적 입장만 취하던 정부가 중국의 통상압박으로 기업 피해가 커지자 대응 방향에 변화를 준 것으로 보인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사드 관련 중국 측 조치에 대한 WTO 제소 검토는 압박용 카드로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카드란 것은 일단 쓰고 나면 카드가 아니다”라며 “어떤 게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지 세밀하게 검토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WTO 제소 검토 방침을 여러 차례 언급한 산업통상자원부의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김 본부장이 임명 직전 WTO 상소기구 위원을 맡았던 만큼 규정 위반이나 승소 가능성을 누구보다 잘 안다는 점에서 면밀히 검토해 신중하게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미 산업부는 중국의 사드 보복이 WTO 규정을 위반했다는 법리 검토를 마쳤고 지난 3월과 6월 WTO 서비스무역이사회에서 사드 관련 중국 측 조치의 부당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앞서 오전엔 강성천 통상차관보 주재로 ‘제13차 한·중 통상점검 태스크포스 회의’가 진행됐다. 이번 회의는 사드 4기 임시 배치 이후 열린 첫 한·중 통상점검 TF로 최근 대중 통상 동향과 사드 관련 중국 측 조치 해소를 위한 대응방안, 중국 현지 진출 기업 및 대중 수출기업을 위한 범부처 피해지원 이행상황 점검 및 추가 지원대책 등을 논의했다.

이와 함께 산업부는 우리 기업의 피해가 커지고 있는데 대해 중국 관련 당국에 항의 서한을 재차 발송하기로 했다. 다음달 예정된 WTO 서비스무역이사회에서 유통·관광분야 중국 측 조치의 조속한 철회도 촉구할 계획이다.

정부 조치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피해는 계속되고 있다. 이미 LG화학과 삼성SDI의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는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고 중국의 롯데마트 매장은 안전규정 등을 이유로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마트는 중국 철수를 선언했다.

사드 보복 직격탄을 맞은 면세점들도 공항 임대료 조정을 공식 요청하고 있다. 이날 롯데면세점은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면세점 임대료를 영업요율에 따라 산정하는 구조로 변경해달라는 공문을 12일 발송했다고 밝혔다. 롯데면세점은 2015년 9월부터 2020년 8월까지 4조1000억원의 임대료를 인천공항공사에 납부하기로 했다. 하지만 사드 사태 장기화로 중국 관광객(유커)들이 크게 줄어 올해 예상 적자 규모가 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삼익면세점을 운영하는 삼익악기도 최근 인천공항공사를 상대로 임대료 감액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인천공항공사는 형평성 문제 등을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종=서윤경 기자, 김유나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