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수출… 반도체만 올 사상 첫 100조 돌파 전망

입력 2017-09-14 05:00 수정 2017-09-14 10:38
올해 한국의 반도체 수출액이 900억 달러(약 101조원)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1970년 아남산업이 미국에 21만 달러어치의 반도체를 처음 수출한 지 47년 만에 단일 수출품목 사상 최고액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13일 ‘반도체의 수출신화와 수출 경쟁력 국제비교’ 보고서에서 연말까지 월 평균 80억 달러의 반도체 수출 실적을 유지할 경우 연간 900억 달러 수출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예측했다.

반도체가 수출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것은 지난해부터 지속된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영향이 크다. 이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17년 8월 ICT 수출입 동향’에서도 8월 반도체 수출액은 89억3000만 달러로 월간 수출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해 동기와 비교하면 59.8% 증가한 것으로 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 등 시스템 반도체 호조 덕을 톡톡히 봤다.

전체 무역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도 늘고 있다. 반도체 수출액이 3억 달러를 넘었던 1977년 전체에서 반도체가 차지한 비중은 3.0%였으나 900억 달러를 돌파하는 올해 반도체 비중은 16.0%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무역수지에서 반도체의 입지도 강화돼 1∼7월 반도체 무역수지는 282억 달러 흑자로 같은 기간 전체 무역흑자(552억 달러)의 절반 이상(51.1%)을 차지했다.

반면 반도체에 대한 의존이 높으면 높을수록 경기 하강 국면에 받을 타격 역시 확대될 것이란 우려도 크다. 업계에선 내년 상반기까지 반도체 호황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지만 이르면 연말을 기점으로 수요가 가라앉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메모리 분야에 집중된 기술 편중 역시 한국의 약점으로 꼽힌다. 지난해 전 세계 수출시장에서 반도체 분야별 비중은 비메모리(81.0%)가 메모리(19.0%)를 압도하지만 한국 반도체 수출 분야별 비중은 여전히 메모리(56.6%)가 비메모리(43.4%)를 앞서고 있다.

‘반도체 굴기’를 앞세운 중국의 추격세도 매섭다. 무협은 초고집적 반도체 기술에서 중국과 여전히 2∼3년 격차가 있지만 대부분 그 격차는 1∼2년으로 단축됐다고 보고 있다. 실제 반도체 수출경합도지수(ESI)를 보면 한·중이 71.0으로 주요국 중 가장 높다.

문병기 무협 동향분석실 수석연구원은 “단기적 성과가 나기 어려운 시스템 반도체(비메모리)에 대한 기술 개발 투자에 정부, 기업, 대학, 연구소가 협력해 원천기술 개발 및 인력 양성 생태계를 형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현길 심희정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