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국립수목장 앞 대규모 축사 반발

입력 2017-09-13 21:23 수정 2017-11-01 11:28
강원도 횡성군 서원면에 위치한 국내 유일의 국립수목장인 하늘숲추모원 정문 200m 앞에 대규모 축사가 조성될 계획이어서 지역주민과 유가족 등이 반발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13일 서원면 거리 곳곳에 내걸린 축사 건립 반대 현수막의 모습이다. 하늘숲추모원 유가족 비상대책위원회 제공
강원도 횡성군 서원면에 대규모 축사 건립이 추진돼 지역 주민이 반발하고 있다. 축사 건립부지 바로 앞에는 국내 유일의 국립수목장인 하늘숲추모원이 위치해 있어 축사 건립 시 추모원과 유가족들의 피해도 우려된다.

13일 횡성군에 따르면 농업회사 돈드림은 지난 1월 서원면 석화리 인근 2만9752㎡ 부지에 돼지 9230마리를 사육하는 축사를 짓겠다며 축사 허가 신청을 냈다.

지역 주민들과 추모원 유가족들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꾸려 축사 신축 반대 활동에 나서고 있다. 축사 부지가 추모원 정문과 불과 200m 떨어져 있어 악취에 따른 불편이 예상되는 것은 물론 경관훼손, 지하수와 하천오염 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현재 추모원에는 5400명의 고인이 나무 아래 영면해 있다.

서원면 주민과 비대위는 지난달 23일 군과 횡성군의회에 7000여명의 서명이 담긴 반대탄원서와 반대서명을 제출했다. 비대위는 “돼지농장의 악취는 고인의 영면을 방해하며 유가족의 추모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돈사 설치로 유가족이 겪게 될 고통과 분노를 자치단체가 외면해선 안 된다”며 “장묘문화 개선을 위해 국가가 운영하는 수목장의 공익적 이해와 가치도 내팽겨 쳐서도 안 된다”고 횡성군을 압박했다. 하늘숲추모원과 산림청도 지난 7월부터 4차례에 걸쳐 횡성군에 돈사 설치 반대 입장을 전달했다.

서원면번영회를 비롯한 부녀협의회, 새마을지도자협의회, 이장협의회 등 지역 사회단체는 마을 곳곳에 반대현수막 40여개를 내걸었다. 서원면번영회는 “청정 환경을 자랑하는 서원면에 대규모 돈사가 들어서면 쾌적한 생활공간 침해, 수질악화 등 심각한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며 “구제역 발생 시 연간 4만명에 달하는 추모원 방문객과 이동차량으로 인해 전염병이 확산돼 횡성 한우산업에 큰 피해를 주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군은 오는 28일 도시계획심의위원회를 열어 돈사 신축에 대한 개발행위 허가를 심의할 예정이다. 하늘숲추모원은 허가가 날 경우 법원에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내고 군을 상대로 소송을 벌일 방침이다. 군 관계자는 “현재 사업 관련 부서들의 의견청취를 대부분 마무리한 상황으로 도시계획심의위원회의 심의를 앞두고 있다”며 “지역 주민들과 추모원 유가족의 반대의견을 도시계획심의위원회 심의위원들에게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돈드림은 주민들의 우려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업체 관계자는 “건립예정인 축사는 국내 최고 수준의 최신식 시설을 갖춘 스마트팜으로 조성 예정이며 6차 산업을 목표로 한 친환경 돈사로 운영될 것”이라며 “정화시설 등은 부지 가장 안쪽에 배치될 예정으로 추모원이나 지역 주민들에게 어떠한 영향도 끼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횡성군 관계자와 석화리 주민대표단이 돈드림 대표자가 속해 있는 이천시의 농장을 불시 방문해 점검한 결과 어떠한 악취도 발생하지 않았고, 주민들과의 상생협력을 관찰하고 호의적으로 전환 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돈사는 외부인 출입이 항시 통제되는 것은 물론 최신식 소독설비를 갖출 예정이라 횡성 한우산업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추모원의 방문객수와 전염병이 상관관계가 있다면 이는 돈사 건립 문제를 논하기 앞서 한우산업이 가장 활발한 횡성군에 추모원이 들어선 것이 문제라고 주장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허가가 나지 않을 경우 횡성군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벌일 방침”이라고 했다.

횡성=서승진 기자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