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박승희] 특수학교 설립 반대 습관 이젠 없애자

입력 2017-09-13 18:03

서울 강서구에서 특수학교 설립에 대한 찬반 대립이 대단하다. 반대 의견의 핵심은 간단하다. 장애학생이 다니는 특수학교는 절대 이 동네에 들어설 수 없다는 것이다. 주민들에게 특수학교는 학교가 아니라 장애인 혐오시설일 뿐이다. 강남구 소재 특수학교인 정애학교가 삼성동의 그 높은 집값을 당당히 지키고 있는 것을 모르는 듯하다. 이분들에게 질문한다. “장애인이면, 왜 정녕 그토록 안 되겠는지?”

2017년 9월 서울에서 특수학교를 설립한다고 주민들이 결사반대를 하는, 이런 곳이 현재 우리가 사는 나라다. 특수학교 설립 반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1년 천안 인애학교, 2000년 강남구 정애학교, 2016년 서울 발달장애인훈련센터 개소 때도 3∼6년간 격렬한 진통을 겪고 겨우 학교 문을 열었다. 이런 일이 일상화된 곳이 우리나라다. 천안 인애학교 설립 반대는 극렬했다.

그 후 26년이 지나면서 우리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그 사이 우리나라는 세계 경제순위 11위가 됐고 우리는 그 경제력을 자랑하고 싶어 하는 국민이 됐다. 그러나 단 한 치도 성장이 없었던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 바로 장애인에 대한 시각이다.

인간에 대한 예의가 이토록 없어도 되는 것일까. 이웃집 장애 자녀가 다닐 수도 있는 특수학교를 면전에서 그토록 격렬히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장애인은 대체 어떠한 존재이며, 동네에 특수학교가 있으면 왜 그토록 안 되는지 질문한다. 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이 무릎을 꿇으면서까지 특수학교 설립을 호소하는데 같은 동네 일부 주민이 보내온 것은 조롱과 야유다.

인간 집합에 비장애인과 장애인 두 집단이 있는 것은 아니다. 장애인은 인간이 존재할 수 있는 무한히 연속적인 다양한 존재양식 가운데 하나다. 인간 한 명 한 명이 고유하고 독특하게 존재하는데 그중 일부는 장애가 있다. 같은 장애를 가지고 있어도 개인마다 다 다르다. 장애 발생은 시대, 나라, 문화, 인종, 사회경제적 계층 그 어디에서도 보편적이다. 즉 장애는 그 어느 나라 어느 동네 어느 집안에도, 나에게도 나타날 수 있다. 장애는 물론 개인에게 나타나지만 사회차원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 장애인이 사회에서 겪는 어려움의 일부는 ‘비장애중심주의(ableism)’에 기초한 편견, 억압, 무시, 공포, 거부, 나아가 제도적 차별에 기인한다.

장애가 있거나 없거나 사람은 똑같이 태어나서 유년기를 보내고 초·중·고를 가고, 그중 일부는 대학이나 직장을 다니고 결혼을 하고 부모가 된다. 우리나라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 의하면 특수교육 대상 학생의 의무교육은 유·초·중·고까지다. 이 점은 비장애학생의 의무교육이 초등학교와 중학교까지인 점과 비교된다. 장애학생에 대한 교육권 보장이 장애가 없는 비장애학생보다 더욱 중요하기에 장애학생의 의무교육 기간이 길다. 장애학생이 갈 수 있는 학교는 물론 특수학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전체 특수교육 대상 학생의 약 70%는 일반학교의 특수학급과 일반학급에서 통합교육을 받고 나머지 30%만 특수학교에서 교육을 받는다.

장애가 심하고 복잡한 요구가 있는 학생도 모두 일반학교에서 100% 받아들여 비장애학생과 함께 최선의 교육을 받는 세상이 올 때까지 당분간은 장애학생만 다니는 특수학교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장애학생의 고등학교까지의 의무교육을 위해서도 일반학교와 특수학교는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한 사회구성원인 장애학생의 합당한 교육받을 권리를 위해 학교가 필요한데 과연 누가 그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가.

특수학교 설립에 습관적 결사반대를 하는 주민들이 아직 있고, 그 엄청난 무례함에 대해 스스로 부끄러워하지 않는 한 우리나라가 ‘나라다운 나라’가 되는 길은 험난하고 요원하다. 일반학교와 특수학교 설립에 동일한 반응을 보이는 국민들이 가꾸어가는 품위 있는 대한민국을 기대한다.

박승희(이화여대 교수·특수교육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