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국정원 ‘예술인 블랙리스트’ 파문 확산… 김주성 “모르는 일” 개혁위 “김씨가 시작과 끝”

입력 2017-09-12 21:48 수정 2017-09-13 00:20
이명박(MB)정부 시절 특정 문화·예술계 인사 퇴출 작업을 주도한 의혹으로 수사를 받게 된 김주성(70) 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이 12일 “그런 일은 알지도 못하고, 그랬던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는 그러나 김 전 실장이 핵심 역할을 했다고 반박했다.

국정원 개혁발전위는 2009년 7월 김 전 실장이 ‘좌파 연예인 대응 태스크포스(좌파대응TF)’를 만들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작성·관리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전날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 전 실장에 대한 수사 의뢰를 권고했다.

김 전 실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퇴직한 지 만 7년이 넘었는데, 뉴스를 보고 당황스러웠다”며 “좌파 대응 이런 것에 대한 인식이나 감도 없고 정치색깔이 있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정원 구조조정과 조직경쟁력 강화가 내 담당이었지 지금 언론에 나오는 건 내 소관이 아니다”며 해당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국정원 개혁위는 좌파대응TF가 만든 보고서에 김 전 실장이 팀장으로 기재된 사실을 확인했다. 해당 보고서는 김 전 실장 이름이 찍혀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 홍보수석, 민정수석에게도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개혁발전위 관계자는 “좌파대응TF의 시작과 끝이 김 전 실장인 것으로 안다. 그가 국정원에서 나간 뒤 TF 활동이 약화된 것으로 파악됐다”며 “모른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전 실장은 “좌파대응TF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도 모르겠다”며 억울해 했다. 그는 “원 전 원장과도 사이가 안 좋았다. 내가 말을 잘 들었다면 일을 오래 시키지 않았겠느냐”는 말도 덧붙였다.

김 전 실장은 코오롱그룹 부회장 출신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일 때 세종문화회관 사장을 지냈다. 이 전 대통령 형이자 역시 코오롱 출신인 이상득 전 의원과도 친분이 있어 2008년 3월 국정원 입성 당시 ‘친형의 정실인사’라는 평가도 받았다. 그는 2010년 9월 목영만 전 기획조정실장과 교체됐다.

검찰은 국정원이 정식으로 수사를 의뢰하면 해당 사건을 국정원 댓글 사건 전담 수사팀에 배당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향후 수사 의뢰된 내용을 보고 수사팀 확대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며 “전날 국정원 발표 내용을 보니 검찰도 상당한 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인호 신훈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