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식탁, 비싼 대가] “동물학대형 육류산업, 뒷받침해주는 소비가 문제”

입력 2017-09-13 05:01

“결국은 육류 소비를 줄여야 합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주 캄푸스두조르다웅(Campos do Jordao)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카를루스 나코네시(Carlos Naconecy·사진) 박사는 이렇게 강조했다. 나코네시 박사는 동물·환경윤리학자로 브라질의 대학교 PUCRS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브라질 채식운동단체 SVB(Sociedade Vegetariana Brasileira)에서 자문을 맡고 있다.

나코네시 박사는 지금처럼 육류 수요가 계속 증가하는 한 동물학대 또한 해결될 수 없다고 봤다. 그는 “늘어나는 육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공장식 축산 시스템이 확산돼 왔다”고 말했다. 브라질의 1인당 닭고기 소비량은 2014년 38.0㎏, 2015년 39.4㎏으로 증가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나코네시 박사는 이어 “저비용 고효율에 초점을 맞춘 공장식 축산 시스템에서 어떻게 동물 복지에 신경쓸 수 있겠느냐”며 “결국 수요와 공급이라는 기본적인 부분을 건드려야 해결 가능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육류 소비를 줄이는 방법을 묻자 그는 “현대사회의 산업 구조와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할 때 완전한 채식을 목표로 하면 오히려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며 “작은 것부터 시작해나가도 된다”고 말했다. 나코네시 박사가 추천하는 대안 중 하나는 ‘미트리스 먼데이(Meatless Monday·육식 안 하는 월요일)’다.

미트리스 먼데이는 2003년 환경운동가 시드 러너가 미국 존스홉킨스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과 함께 시작한 전 세계적 캠페인이다. 일주일에 하루, 월요일에는 고기를 먹지 말자는 게 캠페인의 요지다.

SVB는 상파울루시에서 미트리스 먼데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3000개 학교에 총 200만인 분의 비건(vegan·고기 포함 우유 달걀도 먹지않는 채식주의자) 식사를 매주 하루 제공한다.

나코네시 박사는 “덕분에 매달 닭 3만 마리가 덜 소비되고 닭을 포함한 육류 총 90t이 절약된다”고 설명했다. 연간 1080t에 달하는 수치다. SVB는 이 프로젝트를 상파울루주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나코네시 박사에 따르면 브라질인들이 모두 육류 소비를 10% 줄이면 6억9000만 마리를 구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서울시 등 몇몇 지자체에서 시행 중이지만 아직은 생소하다는 이들이 더 많다. 나코네시 박사는 “동물학대에 있어 유독 채식이냐 비채식이냐는 이분법적 시각이 지배적인데 오히려 동물들에게는 해로운 결과를 낳는다”며 “한국에서도 이런 실용주의적 대안을 자유롭게 시도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상파울루(브라질)=이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