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금호타이어 자구안 일단 반려

입력 2017-09-12 21:28 수정 2017-09-13 00:03
금호타이어가 경영 정상화 자구안으로 20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중국 공장 매각 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채권단은 금호타이어가 매각 과정에서 제출한 방안과 큰 차이가 없다고 판단하고 내용을 보강하라며 사실상 ‘반려’ 조치했다.

12일 금융·산업계에 따르면 이한섭 금호타이어 사장은 이날 오후 4시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 본점을 찾아 직접 자구안을 제출하고 약 1시간 반 동안 경영 정상화 계획을 설명했다.

금호타이어가 제시한 안에는 중국 3개 공장(난징·톈진·창춘 공장) 매각과 2000억원 유상증자 마련, 대우건설 지분(4.4%) 매각, 채권단 차입금 상환유예를 통한 7000억원가량의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채권단은 이 사장에게 중국 공장 매각과 관련한 명확한 답변을 듣지 못해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채권단은 자구안이 충분치 않을 경우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번 조치가 박 회장을 다시 한번 압박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채권단 차원에서 금호타이어가 제출한 자구안의 적절성, 실현 가능성 등을 평가하는 작업도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과 금호타이어 간 갈등의 핵심은 ‘빚’이다. 현재 중국 법인이 채권단에 갚아야 할 차입금은 4500억원(4억 달러), 중국 공상은행 등 현지 은행에 갚아야 할 차입금은 316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연내 만기가 돌아오는 현지 은행 빚은 1900억원이다. 중국 기업인 더블스타가 12일 채권단에 주식매매계약서(SPA) 해제 합의서를 보내 매각이 최종 무산됐고, 사드 배치로 한·중 갈등이 극대화된 상황에서 현지 은행이 만기를 연장해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채권단의 판단이다.

채권단은 박 회장 측이 자구안을 보강해 제출하면 다음주 주주협의회를 열어 수용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다만 자구계획안의 타당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회계법인 등 제3자에게 맡겨 최종 결정을 내리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늦어도 이달 내로 결론을 내린다는 입장이다.

정치적 변수도 남아 있다. 원가 절감을 위한 인력 구조조정 및 임금 삭감 방안이 자구안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금호타이어 노조의 반발이 예상된다. 인력 구조조정은 정부가 강조하는 ‘일자리 창출’ 기조와도 배치되고 지역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정치권이 개입할 소지가 있다. 이럴 경우 향후 매각 절차는 안갯속으로 빠질 공산이 크다.

박세환 홍석호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