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와 反이민 먹혔다… 노르웨이 보수연립 재집권 성공

입력 2017-09-12 18:31

노르웨이 총선에서 보수당을 중심으로 한 우파·중도 연립여당이 승리했다. 우파가 재선에 성공한 것은 1985년 이후 처음이다. 노르웨이 국민은 감세 정책으로 경기부양을 추진해 온 우파의 손을 들어줬다.

AP통신 등은 지난 10일(현지시간)부터 이틀 동안 실시된 노르웨이 총선에서 우파·중도 연립여당이 169석 가운데 89석을 확보했다고 11일 전했다. 과반 의석을 지켰으나 총선 전 96석보다는 줄어든 수치다. 연임에 성공한 에르나 솔베르그(56·사진) 총리는 12일 0시를 조금 넘긴 뒤 총선 승리를 공식 선언했다.

아직 새로운 정부 구성에 대한 발표가 나오지 않았지만 보수당(45) 진보당(28) 기독민주당(8) 자유당(8) 등 4개 당으로 이뤄진 현 연정체제가 유지될 전망이다.

야당인 노동당은 49석을 확보해 단일 정당으로 의회 내 최다 의석을 확보했지만 지난 총선보다 6석 줄었고 연합 파트너들까지 부진하면서 정권 탈환에 실패했다.

여당이 승리한 것은 경기부양을 위한 감세 정책이 국민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산유국인 노르웨이는 최근 원유 및 천연가스 가격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여기에 건실한 사회보장 제도가 근로의욕을 저하시킨다는 지적이 높아지면서 높은 세금에 불만이 많은 이들이 보수당을 강력하게 지지하게 됐다. 반면 노동당은 교육과 건강보험 등 공공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증세를 해야 한다고 외쳐 왔다.

감세와 함께 반이민 정서도 여당의 승리를 도왔다.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노르웨이 역시 이민과 난민 수용에 대한 반대 주장이 높아졌다.

선거에서는 유럽연합(EU)과의 관계 재설정 문제도 대두됐다. 노르웨이는 EU 회원국은 아니지만 EU 단일시장에 대한 접근권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EU 노동자들처럼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하며 여러 분야에서 EU법을 따르고 있다. 하지만 적지 않은 노르웨이 국민이 영국처럼 EU와 관계를 단절하는 것에 동의하는 입장이다. 다만 보수당과 노동당 모두 현상 유지를 바라는 만큼 EU와의 관계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