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 예산 삭감에 집단 반발하는 건설업계

입력 2017-09-13 05:03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삭감에 위기감을 느낀 건설업계가 집단 반발하고 나섰다. 쏟아지는 부동산 규제와 정체된 해외 수주 등 대내외 악재에 직면한 건설단체들의 목소리에 정부가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된다.

대한건설협회(건협)와 한국주택협회를 포함한 5개 건설관련 단체는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정부에 “건설업계의 사활이 걸린 SOC 예산을 정상화해 달라”고 요구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SOC 예산은 17조7000억원이다. 올해보다 20% 감소한 수치이자 2004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유주현 건협 회장은 회견에서 “지난해 경제성장률의 절반 이상을 견인할 정도로 한국경제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건설 산업의 침체는 성장절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내년 SOC 예산의 경우 적어도 올해 수준인 20조원대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설업 종사자가 200만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SOC투자 축소는 지역 서민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게 건설업계의 주장이다.

건설단체가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SOC 예산 확충이 수렁에 빠진 건설업을 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건협에 따르면 지난 7월 국내 건설수주액은 9조798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3.6% 줄었다. 특히 공공부문 수주는 42%나 감소했다.

해외수주도 상황이 안좋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해외 건설 수주액은 282억달러로 2006년 이후 가장 작은 규모에 그쳤다. 올해 들어 소폭 회복되고 있지만 저유가로 아프리카 등 신흥국 수주는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SOC 예산 확대가 건설업의 유일한 희망”이라며 “건설사 배만 불리자는 게 아니고 일자리를 늘리고 교통망을 확대해 국가 경제를 살리자는 차원”이라고 호소했다.

건설업계는 정부가 내년뿐 아니라 향후 5년간 SOC 예산을 연평균 7.5% 추가 감축할 예정이라는 점에 더 큰 우려를 나타냈다. 이 같은 추세대로라면 2021년 SOC 예산은 16조원대로 떨어진다. 건설산업연구원은 SOC 예산 감소로 향후 건설투자가 연 평균 1조1000억원씩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덩달아 경제 성장률도 매년 0.09% 포인트씩 떨어질 전망이다.

건협 등은 호소문 발표에 이어 국회에 SOC 예산 확대를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전문가 토론회와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후속 조치에 나설 방침이다. 필요할 경우 옥외집회도 불사하겠다는 태세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