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할打+10승投 ‘제2 김성한’ 나오나… 강백호의 도전, 성공할까

입력 2017-09-13 05:03
올해 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 최대어로 kt 위즈 유니폼을 입은 강백호는 팀에서 투수와 타자를 겸업할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에선 투타 겸업 선수가 희귀하지만 뚜렷한 족적을 남긴 선수가 몇 명 있다. 왼쪽부터 1993년 한국시리즈에서 해태 소속으로 우승을 견인한 김성한, 86년 OB 베어스에서 투수와 타자로 뛰던 박노준. 국민일보DB·두산 베어스 제공

11일 열린 2018 한국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2차 지명)에서 전체 1순위로 kt 위즈 유니폼을 입은 강백호는 우리나라에서 흔치 않을 투타 겸업 선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kt 위즈가 강백호의 뛰어난 투타 능력을 살리기 위해 타자로 출전시키면서 불펜투수 역할을 맡기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투타 모두에서 맹활약을 펼치는 일본프로야구 오타니 쇼헤이(니혼햄 파이터스)의 바람이 한국에도 불 조짐이다.

36년 역사를 가진 한국프로야구에서도 투타를 동시에 한 선수들은 많지 않았다. 12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한 시즌에 타자로 1타석 이상 뛴 경기가 10경기 이상, 투수로도 5경기 이상 출장한 기록을 동시에 가진 선수는 7명에 불과하다. 89년 김응국(당시 롯데)이 마지막이었다. 그만큼 프로무대에서 투타를 모두 제대로 하기란 벅차다.

그러나 ‘오리궁뎅이 타법’으로 유명한 김성한(전 KIA 타이거즈 감독)은 투타 겸업으로 불멸의 기록을 남겼다. 프로야구가 출범한 1982년 해태에서 뛴 김성한은 그해 ‘3할 타자-10승 투수’라는 만화같은 성적을 올렸다. 투수로는 106⅓이닝을 던지며 10승 5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88을 기록했다. 해태 투수 중 최다승이며 리그 다승 공동 7위였다. 또 팀의 중심 타자로 활약하며 타율 0.305(318타수 97안타) 13홈런 69타점 10도루의 맹타를 휘둘렀다.

김 전 감독 다음으로 한 시즌에서 투타에 가장 많이 등장한 선수는 80년대 초반 선린상고를 이끌고 고교야구 붐을 주도한 ‘야구천재’ 박노준(현 우석대 교수)이다. 고교·대학 시절 발군의 투타능력을 발휘한 박노준은 그러나 86년 OB 베어스(현 두산)에 입단한 첫해부터 한계를 느꼈다. 그해 타자로는 17경기에 나서 타율 0.173(52타수 9안타) 1타점을, 투수로는 33경기에서 5승 6패 7세이브 평균자책점 2.28 등을 거두며 투타 모두 인상적이지 못한 성적을 남겼다. 결국 89년부터 타자로만 뛰었고 94년 골든글러브(외야수 부문)까지 거머쥔다.

이들은 약 30년만에 투타를 겸업하게 될 후배를 어떻게 생각할까. 김 전 감독은 이날 “강백호가 아직 젊고 유망주니 (내가 세운) ‘3할 타자-10승 투수’ 기록에 도전할 가능성은 충분하다”면서도 “투수와 타자 두 가지 훈련 모두를 소화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체력관리 등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프로의 벽이 높으니 투타 모두에서 충분한 기회를 제공 받고 어느 쪽이 더 맞는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내 경험을 토대로 한다면 선수와 팀 모두를 위해 위해 한 우물만 파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당시 피칭, 타격에 수비까지 하기에 부담이 컸다. 지금 돌이켜보면 ‘어떻게 투타 겸업을 했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