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수 부결 요인… ①靑·與의 野 홀대 ②민주당 오판 ③국민의당 입지

입력 2017-09-12 18:25 수정 2017-09-13 00:06

여야는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사태를 놓고 12일에도 거친 비난을 주고받았다. 여당은 ‘안철수의 오만’ ‘신(新)3당 야합’이라며 국민의당을 몰아세웠다. 야권은 문재인정부의 ‘협치 없는 독주’가 자초한 일이라고 맞받았다. 그러나 청와대와 여당의 야당 홀대, 여당의 상황 오판, 국민의당의 정치적 입지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예견된 참사’였다는 분석이 여야 정치권에서 공통적으로 나왔다.

청와대·여당의 대야(對野) 소통 부족은 야권은 물론 여권에서도 이번 부결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그동안 정부·여당은 70%대를 넘는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을 근거로 인사와 개혁 정책을 밀어붙였다. 하지만 정기국회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여당은 여권 성향 무소속·군소정당 의원까지 포함해도 130석에 불과해 의결정족수에 크게 못 미친다. 한 민주당 의원은 “그동안 협치한다고 말만 했지 솔직히 국민의당이나 정의당에 인사 문제나 주요 정책을 제대로 사전 설명해 본 적이 있느냐”며 “이번 부결 사태는 그동안 야당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아 발생했다는 점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현 민주당 대변인은 “제1야당이 명분 없는 보이콧을 해놓고 슬그머니 복귀해 헌재소장 공백 기간만 늘린 것은 염치없는 일”이라며 “김 후보자 부결 책임은 한국당이 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도 국민의당을 맹비난했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안철수 대표가 존재감 운운하며 김 전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을 국민의당의 성과로 평가했다. 제 눈에는 오만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여당이 야3당 반대에도 표결을 밀어붙여놓고 이제 와서 다수 세력의 횡포 운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전날 본회의 표결 상황에 대한 민주당 원내지도부의 오판도 부결 사태의 주요 원인이다. 강훈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찬성표가 많게는 155표, 적게는 150표 정도 된다고 판단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의당 관계자는 “우리 당도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지 못한 걸 민주당이 파악했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호남 여론에 민감한 국민의당에서 찬성표가 절반 이상 나올 것이라고 우리 당 지도부가 지레 짐작해 오판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안철수 대표의 ‘조기 등판’에도 창당 이후 최저 수준의 지지율을 기록 중인 국민의당 입지도 부결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국민의당 핵심 관계자는 “민주당을 돕는다고 우리 당 지지율이 높아질 리 없고, 오히려 민주당과 합치라는 비아냥만 더 커질 수 있다”며 “앞으로 국회에서는 공무원 증원 및 무책임한 복지 확대 등 우리 당이 수용할 수 없는 정책에 대해서는 다른 야권과 선별적 연대를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