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대출 조였더니 8월 신용대출 증가폭 사상 최대

입력 2017-09-12 19:28 수정 2017-09-12 21:08
주택대출을 옥죄자 신용대출이 폭증했다.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등이 포함된 은행의 기타대출(비주택담보대출)이 8월에 3조4000억원 늘어 역대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는 지난달에만 1조원의 신용대출 실적을 거뒀다. 8·2 부동산 대책으로 14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 증가세를 꺾으려던 정부의 노력이 무색하다.

한국은행은 ‘8월 금융시장 동향’을 발표하고 은행권 가계대출이 6조5000억원 늘었다고 12일 밝혔다. 지난달 말 잔액은 744조2000억원으로 6∼8월 계속해서 6조원대 증가폭이다. 주택담보대출이 8·2대책 여파로 3조1000억원만 늘어나는 등 급증세가 꺾였는데, 이번엔 신용대출이 문제였다.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예·적금담보대출 등이 포함된 기타대출은 한 달 새 3조4000억원이나 늘어 통계 작성 이후 최대 증가폭을 보였다. 2003년 카드대란 당시 폭증했던 기타대출 월별 증가폭(2조7000억원)도 가뿐히 뛰어넘었다.

7월 27일 영업을 시작한 카카오뱅크가 지난달 말까지 1조3000억원 규모의 신용대출 실적을 올린 영향이 컸다. 이에 맞서 시중은행도 신용대출 금리를 내리고 한도도 1억원까지 늘렸다. KB국민은행은 10만 경찰공무원에게 ‘무궁화 대출’로 불리는 1%대 신용대출을 개시해 1조원 실적을 올렸다. 휴가철 자금수요가 몰린 계절적 요인도 있다.

이날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 한은과 별도로 은행에 제2금융권까지 합친 전 금융권 가계대출 속보치를 발표했다. 은행·비은행을 합쳐 지난달에만 가계대출이 8조8000억원 늘어났다고 밝혔다. 당국의 강력한 지도로 대출 증가세가 확 꺾인 제2금융권 수치를 더한 것인데, 부채 폭증기인 지난해 8월(14조3000억원 증가)보다 나아졌다고 자평했다. 금융 당국은 “가계대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필요하면 현장점검을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