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제자들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시인 배용제(53)씨에게 법원이 징역 8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배씨는 지난해 불거진 문단 내 성폭력 사건으로 구속된 첫 번째 피고인이었다. 재판부는 “진지한 반성은커녕 학생들을 비난하며 피해 회복을 위한 어떤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고 꾸짖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김수정)는 12일 청소년성보호법 위반 혐의(위계 등 간음) 등으로 구속 기소된 배씨에게 “선생님으로서 피해자들을 수차례 성추행하고 간음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200시간 이수도 명령했다.
배씨는 2011년 7월부터 3년간 자신의 미성년 문하생 9명을 성적으로 희롱하고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학생들에게 “나는 너의 가장 예쁜 시절을 갖고 싶다” “시 세계를 넓히려면 성적 경험이 있어야 한다”는 등의 성희롱 발언을 하고, 학생들을 자신의 창작실로 불러 강제로 몸을 더듬거나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있다.
재판부는 “배씨는 등단이나 대학 입시를 앞둔 학생들이 자신의 요구를 거스르기 어려운 점을 악용했다”며 “피해자들을 성적으로 학대한 사실이 충분히 증명된다”고 했다. 이어 “배씨는 책임을 회피하며 ‘학생들이 합심해 나를 악인(惡人)으로 몰아간다’고 주장하고, 피해자들은 엄한 처벌을 내려달라고 탄원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배씨의 범행은 지난해 10월 학생들이 트위터에 피해 사실을 폭로하며 수면 위로 드러났다. 논란이 커지자 배씨는 “피해를 본 아이들과 모든 분께 머리 숙여 속죄와 용서를 구한다”고 했지만 수사·재판 과정에선 “합의 하에 성관계를 한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나는 가장 예쁜 시절 널 갖고 싶다” 제자 성폭행 배용제 시인 징역 8년
입력 2017-09-13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