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법원 3000여명 법관들의 대표로 뽑힌 판사들이 11일 제3차 회의를 열고 고등법원 부장판사 보임 폐지를 결의했다. 항소심 재판을 주도하고 행정부 직급상 차관급 예우를 받는 ‘고법 부장’은 법관들의 치열한 승진 경쟁을 거쳐 주어지는 자리로, ‘법관의 꽃’이라고도 불려 왔다. 고법 부장 승진제도는 전국법관대표회의를 출범케 한 국제인권법연구회 사태에서부터 “법관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 손질이 불가피하다”는 문제의식과 함께 한결같이 언급된 소재이기도 하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이날 “고법 부장 보임 비율이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에 승진에서 탈락한 법관이 사직하거나 발탁을 위해 법관 관료화가 심화되는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승진 눈치를 보며 법관사회가 관료화되는 폐단을 막기 위해서는 결국 계층구조의 핵심인 고법 부장 보임 폐지가 불가피하다는 게 이날의 결론이었다. 실제 지난 2월 국제인권법연구회의 설문조사 결과 법관 502명 중 443명(88.2%)이 “사법행정에 관해 대법원장, 법원장 등의 정책에 반하는 의사표시를 한 법관이 보직, 평정, 사무분담에서 불이익받을 우려가 있다”고 답했다.
이용훈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인 2011년에는 지방법원 판사와 고등법원 판사 인사를 이원화하고 고법 부장 승진인사를 2018년까지 점차 폐지키로 결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부의 부장을 없앨 수는 없다”며 획기적 변화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이와 함께 ‘법관 의사를 반영한 사무분담’ ‘법관 독립을 침해하지 않는 방향의 근무평정’ ‘법관 전보인사 최소화’ 등도 결의했다. 오는 12월 4일 제4차 회의를 연다.
이경원 이가현 기자 neosarim@kmib.co.kr
고법 부장판사 승진制 폐지 결의… 3차 법관대표회의서 의결
입력 2017-09-11 23: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