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국정원, 靑 지시로 82명 예술인 사찰·퇴출 작업”

입력 2017-09-11 22:10
국가정보원이 이명박정부 시절 이른바 ‘좌파 예술인’을 상대로 퇴출운동과 사찰 작업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사찰과 탄압 활동은 이명박정부 청와대의 지시로 이뤄졌으며, 국정원은 ‘VIP(대통령) 일일보고’ 및 ‘BH(청와대) 요청자료’ 등의 형태로 활동 결과를 청와대에 보고했다. 국정원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주요 관련자들에 대한 검찰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박근혜정부 인사들이 대상이 됐던 ‘문화계 블랙리스트 수사’가 이명박정부 시절로 확대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개혁위)는 11일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로부터 이런 사실을 보고받고 원세훈 전 원장과 김주성 전 기획조정실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수사의뢰할 것을 국정원에 권고했다.

국정원이 김 전 실장 주도로 ‘좌파 연예인 대응 TF’를 구성해 정부 비판 성향의 연예인이 특정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도록 공영방송과 광고주를 압박하고, 일부 연예기획사에 대한 세무조사나 프로그램 편성 관계자 인사조치에 개입했다는 게 개혁위 내부 조사의 골자다.

개혁위가 밝힌 국정원 ‘좌파 성향 연예인 리스트’에는 방송인 김구라와 김제동, 가수 윤도현과 고(故) 신해철, 유명 영화감독 박찬욱 봉준호 등 82명이 올라있었다. 대부분 당시 정부에 비판적인 모습을 보인 인사들이다.

국정원의 사찰 활동에는 당시 청와대도 깊숙하게 개입돼 있었다. 이명박정부의 청와대 민정수석실(2010년 8월, 2011년 12월)과 홍보수석실(2010년 5월, 2011년 6·12월), 기획관리비서관실(2009년 9월, 2010년 4월) 등이 이른바 ‘좌파 연예인’ 및 공영방송의 좌편향 인사 등 실태 파악을 수시로 지시했다고 개혁위는 밝혔다. 국정원은 ‘좌파 연예인 정부 비판활동 견제 방안’과 ‘좌파 문화·예술단체 제어·관리 방안’ 등을 ‘VIP(대통령) 일일보고’ 및 ‘BH(청와대) 요청자료’ 등의 형태로 청와대에 보고했다.

개혁위는 또 2013년 언론에 공개된 이른바 ‘박원순 제압 문건’인 ‘서울시장의 좌편향 시정운영 실태 및 대응 방안’ ‘좌파의 등록금 주장 허구성 전파’ 등 2건의 문건을 2011년 국정원이 작성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을 ‘종북 인물’로 규정한 국정원은 2009∼2010년에도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와 함께 박 시장 비판 활동을 펼쳤다. 개혁위는 이와 관련해 원 전 원장을 국정원법상 정치 관여 혐의로 검찰에 수사의뢰하도록 국정원에 권고했다.

노용택 최승욱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