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11일 국회의 벽에 막히면서 수장 없는 헌재의 ‘기형적 8인 체제’는 한동안 이어지게 됐다. 박한철 전 헌재소장이 지난 1월 31일 퇴임한 뒤 헌재소장실과 공관은 역대 최장기인 223일간 비어 있는 상태다.
헌재는 망연자실했다. 공식적으로 “표결 결과와 관련해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밝혔다. 헌재 관계자 입에서는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는 탄식이 나왔다.
지난 10일 세계헌법재판회의 제4회 총회에 대한민국 대표로 참석하기 위해 리투아니아 빌뉴스로 출국한 김 후보자에게는 표결 직후 결과를 전달했다고 한다. 헌재는 김 후보자가 귀국하는 대로 내부 수습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헌재는 지난 5월 19일 김 후보자 지명 직후 “부담이 상당하다”며 인사청문회 준비에 만전을 기해 왔다. 전효숙 이동흡 헌법재판관이 헌재소장 임명에 실패한 전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헌재는 많은 연구관들로 준비팀을 꾸리고 김 후보자가 처음 인사청문회를 하는 것처럼 원점부터 모든 것을 검토했다. 김 후보자의 반대의견 논술들 중 주요한 것을 선정, A4용지 1∼2장으로 요약해 인사청문 위원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지난 3월부터 헌재소장 권한대행을 맡아왔다. 임기가 내년 9월 19일까지여서 임명동의안 부결과 관계없이 재판관 업무는 계속 맡게 된다. 권한대행직의 경우 김 후보자 스스로 내려놓을 가능성도 있지만 조직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임 헌재소장이 인선될 때까지는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헌법재판관 8인 체제가 장기화되면서 사회적 갈등이 첨예한 사건이나 위헌 소지가 있는 사건에 대한 헌재의 결정도 미뤄질 수밖에 없게 됐다. 현재 헌재에는 ‘병역 거부자 처벌 헌법소원 사건’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합의 발표 위헌확인 사건’ 등이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청와대는 새 헌재소장 후보자를 원점부터 물색해야 할 상황이다. 기존 재판관 중에서 후보자를 선택하지 않고 외부 법조인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당도 “임기 6년을 시작하는 새 헌재소장을 지명해야 한다”며 기존 재판관 배제를 요구했다. 이 경우 문재인 대통령은 새 재판관을 지명하는 동시에 그를 헌재소장으로 지명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헌재소장 공백 상태가 올 연말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성명을 내고 “국민의 헌법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헌재의 헌법수호 임무가 충실히 수행되기 위해 조속히 헌재소장 임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경원 양민철 기자 neosarim@kmib.co.kr
헌재 “어떻게 이런 일이” 탄식… 기형적 8인 재판관 체제 연장
입력 2017-09-12 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