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때 임명됐던 공공기관장들이 하나 둘 사표를 던지면서 공공기관 물갈이가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26개 국책연구기관 중에선 임기를 9개월 남겨둔 방하남(사진) 한국노동연구원장(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사표가 신호탄이 됐다. 채용 비위 사실이 확인된 공공기관장에게는 아예 자진 사퇴 압박까지 가해지고 있다.
11일 노동연에 따르면 방 원장의 사표는 지난달 31일 최종 수리됐다. 당초 임기는 내년 6월 7일까지였다. 노동연 관계자는 “(양대 노총이) 10대 적폐 기관장으로 지목하는 등 무언의 압박이 사표를 던진 요인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방 원장이 물러나며 공석이 되거나 임기 만료로 신임 기관장을 뽑아야 하는 국책연구기관은 5곳으로 늘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등 4곳은 이미 기관장 공모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아직 임기가 남은 21곳의 기관장도 좌불안석이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국무총리실에서 국책연구기관 상위 기관인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김준영 이사장에 대한 감사를 진행한 것 자체가 압박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국책연구기관 외 공공기관에서도 자진 사퇴 사례가 나온다. 한국가스공사의 경우 지난 7월 21일 공시를 통해 이승훈 사장의 사임을 알렸다. 당시 이 사장은 임기를 10개월여 남겨두고 있었다.
직접적인 사퇴 압박 기류도 흐른다. 채용 비위 사실이 확인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 3곳이 대표적이다. 한국석유공사, 한국디자인진흥원, 대한석탄공사의 경우 ‘성실 경영의무 위반’을 근거로 기관장에게 사직서 제출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권교체와 함께 공공기관장을 교체하는 일은 비일비재하지만 문재인정부의 경우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않아 혼선을 준다는 지적도 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사진=곽경근 기자
국책연구원장 교체 신호탄? 임기 9개월 남은 방하남 노동연구원장 사퇴
입력 2017-09-12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