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비대위원장’ 문제를 놓고 바른정당이 자강(自强)파와 통합파 간 갈등에 시달리고 있다. 이혜훈 전 대표 사퇴라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직면한 바른정당이 새 지도부 구성을 놓고 내분 위기에 빠져들었다. 갈등의 핵심은 유승민 의원으로 대표되는 자강파와 김무성 의원이 이끄는 보수통합파 간 의견 차이다.
유 의원은 11일 “바른정당은 유승민 당도, 김무성 당도 아니다. 바른정당은 누구의 사당(私黨)이 될 수 없는 당”이라며 “일단 비대위 문제부터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이 10일 만찬에서 “우리가 ‘박근혜 사당’이 싫어서 나왔는데 바른정당이 ‘유승민 사당’으로 비쳐질까 우려스럽다”고 말한 데 대한 대응이다. 유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당에서 정치적 합의가 되면 제가 (비대위원장을 맡을) 결심을 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며 “합의가 안 되면 당헌·당규대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른정당의 당헌에는 당대표 궐위 시 30일 안에 전대를 열어 새 대표를 뽑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경우 최고위 의결을 거쳐 선출 시기를 늦출 수 있도록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당대표 권한대행)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정기국회가 개원한 상황에서 한 달 안에 전대를 개최하기 어려운 부득이한 사정이 있다”며 “전대 날짜나 절차는 당원과 의원들의 의견을 모아 결정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유 의원과 가까운 지상욱 의원은 “당헌에 따라 즉각 당원대표자회의의 소집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20석밖에 되지 않는 바른정당의 균열상은 10일 있었던 만찬 자리에서 고스란히 노출됐다. ‘유승민 비대위원장’ 카드를 논의하기 위해 모인 자리에서 갈등 양상만 부각됐다. 김무성 의원과 유 의원은 토론에 앞서 러브샷과 입맞춤까지 했지만 회의에선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한 의원은 “합의도 도출하지 못하면서 왜 두 사람이 입맞춤 쇼를 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무성 이종구 김용태 정양석 의원 등은 유 의원이 비대위원장을 맡는 데 반대 입장을 취했고, 지 의원과 진수희 최고위원은 찬성 입장을 보였다. 유 의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바른정당의 내분이 수습되지 않을 경우 13일로 예정된 국회의원·원외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자강파와 통합파가 정면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차기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정기국회가 끝난 12월 말이나 내년 1월 초에 여는 방안에 합의할 경우 갈등이 조기에 수습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유승민·김무성 ‘입맞춤’까지 했지만… 바른정당 내분 격화
입력 2017-09-12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