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정권 눈치 본 건 사실”… 윤세영 SBS 회장 사임

입력 2017-09-12 05:00

윤세영(84·사진) SBS 회장이 회장직과 지주사인 SBS미디어홀딩스 의장직에서 물러난다.

윤 회장은 11일 담화문을 통해 “소유와 경영의 완전분리를 선언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아들인 윤석민(53) 부회장의 거취와 관련해서도 “(윤 부회장도) SBS 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에서 사임키로 했다”며 “대주주로서 SBS미디어홀딩스 비상무 이사 직위만 유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런 조치는 대주주가 향후 SBS 방송·경영과 관련해 일체의 관여를 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윤 회장은 이명박·박근혜정부에서 보도국을 상대로 정권을 비판하지 말라는 취지의 보도지침을 내렸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그는 “어려움을 개선하기 위한 과정에서 절대 권한을 갖고 있던 정권의 눈치를 일부 봤던 것도 사실이지만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적은 없었다”며 “하지만 이런 나의 충정이 공정방송에 흠집을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과거에도 수차례 “소유권과 경영권을 분리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이하 SBS노조)는 성명을 발표하고 이 같은 내용을 언급하면서 “(윤 회장의 사임 발표는) 필요할 때마다 반복해 왔던 소유·경영 분리 선언에서 단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재탕, 삼탕일 뿐”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SBS노조는 “방송개혁의 소나기를 피하기 위한 눈속임이자 후일을 도모하자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강원도 철원 출신인 윤 회장은 서울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73년 태영그룹을 설립했다. 90년 SBS를 개국해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했으며, 한국농구연맹(KBL) 대한골프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윤 회장은 “지난 27년은 내게 전쟁 같았다”며 “좀 더 잘했어야 했는데 하는 회한도 남지만 든든한 후배들을 믿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은퇴하겠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