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이 결국 부결됐다. 국회로 임명동의안이 넘어온 지 110일 만이다. 국회는 11일 본회의를 열어 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에 대한 무기명 투표를 실시, 출석 의원 293명 가운데 찬성 145명, 반대 145명, 기권 1명, 무효 2명으로 부결 처리했다. 가결 정족수보다 찬성표가 2표 부족했다. 헌재소장 임명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문재인정부 출범이후 인사 표결이 부결된 것도 이번이 첫 사례다. 사상 초유의 헌재소장 인준 무산으로 가까스로 정상화된 정국도 다시 얼어붙을 가능성이 높다.
김 후보자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이유는 정치적 편향성과 군 동성애 옹호 논란이 결정적이다. 헌재 내 대표적인 진보성향으로 분류되는 그가 헌재소장 후보자로 지명되자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야당은 정치적으로 한쪽에 치우진 인사라며 강력 반발했다. 가장 논란이 된 사안은 2014년 헌재의 통진당 해산 심판에서 김 후보자가 유일하게 반대의견을 낸 것이다. 보수 야당은 이를 근거로 “헌법을 수호할 자질이 부족하다”고 임명 철회를 주장했다. 여기에 김 후보자가 지난해 7월 군대 내 동성애를 처벌하도록 한 군형법에 대해 위헌 의견을 낸 것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군 동성애를 옹호했다는 기독교계의 거센 반대 여론을 의식한 국민의당에서 막판에 반대표가 쏟아져 나온 것이 아니냐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 일부 의원의 이탈이 인준안 부결로 이어졌을 거란 얘기다.
표결이 끝나자 청와대·여당과 야당의 ‘네탓’ 공방이 치열하다. 청와대는 “국회에서 벌어진 일은 무책임의 극치, 반대를 위한 반대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고 더불어민주당은 “당리당략적인 판단을 한 집단의 책임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야당을 비난했다. 이에 대해 야당은 “남의 탓만 할 것이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은 오늘의 결과를 깊이 새겨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참으로 무책임한 모습이다. 이번 사태의 책임은 청와대와 여당에 있다. 청와대는 협치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았고, 여당은 야당을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함에도 “헌재소장 장기 공백 사태는 전적으로 야당의 책임”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야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었는지 되새겨볼 일이다.
문재인정부가 국회에서 조속히 통과시켜야 할 정부 입법·법률안은 100여개에 달한다. 초당적인 협조를 얻어야 할 외교안보 현안들도 쌓여있다. 야당의 협조 없이는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는 사안들이다. 문 대통령은 “야당은 국정의 동반자”라고 누누이 강조했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야당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포용과 설득의 정치를 과감히 펼쳐야 한다. 그래야 야당도 협조할 것이다.
[사설] 소통과 협치 중요성 새삼 일깨운 김이수 부결 사태
입력 2017-09-11 21:25 수정 2017-09-11 2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