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中 투자금 끊겨 ‘헬스케어타운’ 공사 올스톱

입력 2017-09-12 05:00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 측 압박으로 공사가 중단된 제주 서귀포시 제주헬스케어타운 모습. JDC 제공

“공사가 중단됐는데 공사 현장에 사람들이 나올 필요가 있나요?”

지난 8일 제주도 서귀포시 동홍로 제주헬스케어타운의 공사 현장은 적막감이 흘렀다. 이곳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중국의 부동산 개발기업 뤼디(綠地)그룹으로부터 1조원의 투자를 받아 동홍동과 토평동 일대 약 1539㎡에 짓고 있는 복합 의료 단지다. 그러나 현재 공사는 중단된 상태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에 따른 중국 측의 압박으로 헬스케어센터의 공사 중단 기간이 길어지면서 JDC의 속앓이도 깊어지고 있다.

JDC는 제주를 국제자유도시로 조성하기 위해 2002년 출범한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이다. 국비와 지방비뿐 아니라 외국 투자 유치로 모은 3조6000억여원을 제주헬스케어타운, 영어국제학교, 복합 리조트인 신화역사공원, 첨단과학기술단지 등 각종 사업에 투입했다.

문제는 JDC가 유치한 외국 투자금이다. 지난 7월 기준으로 전체 투자액의 3분의 1 이상인 1조5356억원이 외국 자금인데 이중 거의 대부분인 1조4000여억원이 중국의 뤼디그룹과 람정그룹에서 투자를 약속했다. 나머지 1353억원은 말레이시아 버자야 그룹이 투자하기로 했다.

그런데 최근 뤼디그룹의 자금이 들어오지 않고 있다. 뤼디그룹은 지금까지 5785억원을 투입했다. 헬스케어타운 관계자는 “자금이 들어오지 않아 공사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면서도 사드 배치 때문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지난 6월 중국 외환관리국이 발표한 외환정책 때문이라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기업의 돈세탁 방지, 자본 유출 등을 막기 위해 이달부터 1000위안 이상 해외로 현금 인출하거나 소비할 경우 은행에 보고하도록 했다.

그러나 해당 정책 자체가 사드 보복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중국 관광객이 한국의 면세점에서 쇼핑을 못 하게 하고 기업들의 투자도 막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다.

JDC의 사업은 아니지만 중국자본이 투자한 록인제주 체류형 복합관광단지 사업도 6월 중순부터 공사가 중단됐다. 그나마 홍콩 기업인 람정그룹은 일국양제(하나의 나라, 두개의 통치시스템) 덕에 신화역사공원에 제때 투자했고 올 하반기 일부 개장을 앞두고 있다.

서귀포=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