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에 연타당한 美경제… 연말 금리인상론 급제동

입력 2017-09-12 05:00

글로벌 금융시장이 허리케인 파급효과 계산으로 분주하다. 초강력 허리케인 ‘하비’와 ‘어마’의 잇단 상륙으로 인한 피해로 미국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한층 낮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 등 신흥국 주식시장에 통화긴축 지연은 호재라는 전망과 미국 경기 둔화가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이 엇갈린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허리케인이 미국 경제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이슈는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단기 충격은 불가피하다. 10일(현지시간) CNN머니는 잇따른 허리케인으로 미국이 입은 경제적 피해는 최대 2620억 달러(약 295조원)에 이를 전망이라고 전했다. 세계 최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하비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역사상 최악의 재해 중 하나”라면서 “미국의 3분기 성장이 최대 1% 포인트 깎일 수 있다”고 추산했다.

미국 통화당국 입장에서 허리케인 피해는 ‘울고 싶은데 뺨 때린 격’이다. 물가상승률이 둔화하면서 기준금리 인상 등 긴축정책에 부담이 커지고 있어서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내 금리인상 확률은 지난 주말 기준 27%로 크게 떨어졌다. 1개월 전만 해도 40%를 넘었었다. 교보증권 김형렬 매크로팀장은 “내구재 소비 약화 등으로 연준이 긴축 행보를 이어가기에 부담이 있었다”며 “핑곗거리가 생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연준이 기준금리 속도조절에 나설 경우 한국 주식시장에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올까. 전문가들의 예상은 엇갈린다. 우선 북한 핵 리스크 등 대내외 악재가 산재해 당분간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언이 있다. 신한금융투자 곽현수 연구원은 “미국 주식시장 등의 변동성 확대는 ‘카트리나 사태’ 때를 보면 최대 1개월간 이어질 수 있다”며 “또 다른 허리케인 호세의 경로에 따라 이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했다. 미국은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 당시 고용지표 등을 회복하는 데 3개월 정도 걸렸다.

반면 긴축 정책이 지연되면 코스피시장에 중장기적으로 기회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투자증권 박소연 연구원은 “미국 경제의 회복속도가 느리다는 건 아쉽지만 긴축 지연으로 시간을 벌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의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7.4% 증가했다. 반도체 외에 철강, 기계 수출도 늘어나고 있다. 어마가 미국 상륙 이후에 세력이 약화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북한이 지난 9일 건국절에 별다른 도발을 하지 않은 것도 지정학적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되는 요소다.

11일 코스피지수는 이런 기대에 부응하듯 15.36포인트(0.66%) 오른 2359.08로 장을 마쳤다. 외국인과 개인이 각각 1362억원, 2329억원을 순매도했지만 기관이 3458억원을 사들이며 상승세를 이끌었다. 주춤했던 정보기술(IT) 종목은 3분기 실적 기대감에 상승기류를 탔다. 삼성전자는 249만원까지 뛰었다. 허리케인 영향으로 플라스틱의 기초 원료인 에틸렌 생산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LG화학(5.23%) 등 화학주들이 크게 올랐다.

글=나성원 기자 naa@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