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호와 닮은 꼴 ‘김기태호’?…1위 KIA는 왜 불안한가

입력 2017-09-11 17:54
KIA 타이거즈 양현종이 지난달 22일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5회 손아섭의 땅볼 타구를 놓친 뒤 아쉬워하고 있다. 뉴시스

‘신태용호와 김기태호는 닮은 꼴?’

‘신태용호’는 러시아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 9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이라는 위업을 남겼지만 무기력한 경기내용 등으로 축구팬의 질타를 받았다. 김기태 감독이 이끄는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도 리그 1위 성적에도 불구하고 비판의 수위는 어느 구단보다 높다. 성적에 걸맞지 않은 후반기 경기력에 대해 “과연 포스트시즌을 성공적으로 치르겠느냐”는 팬들의 우려가 큰 것이다.

이해하기 힘든 선수기용

신 감독이 지난달 31일 열린 이란전에서 보여준 선수 기용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낳았다. 조기소집된 K리거들을 거의 활용하지 않았다. 특히 경기의 조커로 꼽힌 이동국을 경기 후반 1분을 남기고 투입하면서 비판을 샀다.

신 감독은 대표팀을 맡은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변명이라도 있지만 김 감독의 경우 후반기 선수기용을 보면 납득못할 일이 비일비재했다.

김 감독은 지난달 19일 SK전에서 배힘찬을 선발로 올렸다. 앞서 두산 베어스와의 2연전에서 연패해 승리가 절실했음에도 7년 이상 선발에서 제외된 투수를 기용한 것이다. 배힘찬은 2⅓이닝 동안 12피안타(3홈런 포함) 11실점으로 처참히 무너졌다. 이후 KIA는 6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지난달 26일 NC 다이노스전에서는 3년여간 내야수 경험이 없던 유재신을 경기후반 유격수에 투입했다. KIA가 8-4로 앞서던 9회말 2아웃에서 유재신은 2개의 송구 실책을 연달아 하며 3점 헌납의 도화선을 만들었다. 승리에도 팬들은 “총력전을 펼치는 리그 막판에 무모한 기용을 일삼는다”라며 비판을 쏟아냈다. 지난 10일 삼성과의 경기에서도 주전이 아닌 최원준을 유격수로 내세웠다가 실책을 범하자 부랴부랴 김선빈으로 바꿨다.

단조로운 전술운용

‘신태용호’는 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두 경기인 이란·우즈베키스탄전에서 한 골도 못 넣고 유효슈팅 3개라는 초라한 결과를 남겼다. 화끈한 공격축구는커녕 무의미한 패스와 ‘뻥축구’만을 선보였다. 팬들의 실망감도 커졌다.

KIA의 공격 및 수비 전술 역시 1위팀 다운 독창적인 모습이 잘 안 보인다. 김 감독은 무사에 주자가 나가면 타격 1위인 김선빈에게조차 번트를 지시하곤 해 타자의 공격력을 극대화하지 못하고 아웃카운트만 늘린다. 타팀에서 빈번하게 사용하는 정교한 수비 시프트도 KIA에서는 보기가 힘들다. 선수들의 능력에만 기대한다는 평이 이래서 나온다.

본선(포스트시즌)이 불안하다?

신태용호는 잇단 졸전으로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고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히딩크 전 대표팀 감독의 복귀 여론이 강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김기태호’에게도 정규리그보다 포스트시즌에 대한 우려가 쏟아진다. 평균자책점 5점대가 넘는 불펜진은 불안할 뿐 아니라 기복이 심하다. 지난 3일 넥센 히어로즈전에서는 9회말 역대 최다 점수 차(6점 차) 역전패라는 촌극을 보였다. 포스트시즌에서 팀의 원투펀치인 양현종과 헥터 노에시가 조기에 물러날 경우 반전의 여력이 적은 것이 현재의 KIA 불펜진 모습이다. 더욱이 헥터가 지난 10일 한국진출 이래 최악의 성적으로 무너진 점은 단기전의 불안감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야구계 관계자는 11일 “총력전으로 속히 우승을 확정짓고 실험을 하는 것이 정도인데 KIA는 패턴이 거꾸로다”며 “우중 휴식도 많아 체력적인 면이 타팀보다 떨어지지도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