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 교원의 정규직화가 무산됐다. 영어회화전문강사 등 학교 강사들의 무기 계약직 전환도 없었던 일이 됐다. 유치원 강사 1000여명만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돼 안정된 고용을 보장받게 됐다. 학교 정규직 혹은 무기계약직 전환 검토 대상자의 2.5%에 불과한 인원이다. 정부가 선생님 4만여명을 대상으로 ‘희망 고문’을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이런 내용으로 ‘기간제 교원 및 학교강사 7개 직종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11일 발표했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은 이번 교육부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학교 비정규직 처우 개선 논의를 진행한다.
엇갈린 희비
교육부가 정규직 혹은 무기계약직 전환을 검토했던 인원은 기간제 교원, 영어회화전문강사, 다문화언어강사, 산학겸임교사, 교과교실제강사, 초등스포츠강사, 유치원 돌봄교실 강사, 유치원 방과후과정 강사 등이다. 기간제 교원, 산학겸임교사, 교과교실제 강사, 다문화언어 강사는 정규직 전환이, 나머지는 무기계약직 전환이 논의됐다. 이 가운데 유치원 돌봄교실 강사 299명과 유치원 방과후과정 강사 735명만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다. 나머지 기간제교원 등에 대해선 성과상여금의 단계적 현실화 등 처우 개선과 불합리한 고용관행 개선을 약속하는 데 그쳤다.
신익현 교육부 지방교육지원국장은 “(기간제교원 등의) 전환이 어렵다고 판단한 기준은 채용 상 공정성의 원칙”이라면서 “공정성 원칙이 다른 방법을 통해 무너진다면 다른 원칙들보다 사회적인 영향이나 형평성 측면에서 논란이 우려됐다”고 말했다. 정규 교사와 교원 단체, 임용고시생 등이 제기한 임용고시 없는 ‘무임승차’, 정규 교원에 대한 역차별 등의 주장을 교육부가 수용한 것이다.
학교회계직원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다. 학교 비정규직은 기간제 교원, 학교 강사, 학교회계직으로 구분된다. 학교회계직은 조리원·조리사, 교무보조, 과학보조, 돌봄전담사, 통학차량 보조 등을 말한다. 학교회계직으로 1년 미만 근무한 인원 3269명, 15시간미만 초단시간 근무자 8272명, 55∼60세 782명 등 1만2323명이 혜택을 받는다. 이들의 무기계약직 전환은 시·도교육청 심의를 거쳐 확정된다.
갈라진 학교 현장 어쩌나…
학교 강사 등이 양산된 배경에는 정부와 정치권의 무책임한 공약과 정책이 있었다. 영어회화전문강사는 ‘문법에 갇힌 영어 교육을 바꾼다’, 스포츠강사는 ‘학원 스포츠를 활성화한다’, 다문화언어강사는 ‘다문화사회에 대비한다’며 도입했다. 그러다 정권이 바뀌면 학교 현장에서 ‘미운 오리새끼’ 취급을 받았고 학교 현장에선 갈등과 혼란이 빚어지기 일쑤였다.
학교 현장에서 내몰릴 처지였던 학교 강사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공약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었다. 학교 비정규직은 대표적인 공공부문 비정규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기존 교원 등의 반발을 넘지 못했다.
무엇보다 기간제 교원과 학교 강사들의 사기 저하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교육당국이 당면한 숙제다. 이는 교육의 질과 직결되는 문제다. 정규 교원은 물론이고 수업을 하지 않고 보조 업무를 하는 학교회계직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도 기간제 교원이나 학교 강사에게는 상처다. 예컨대 실험 준비 등을 도와주는 과학수업 보조인력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는데 수업을 진행하는 기간제 과학교사의 고용은 불안정한 상황에 놓여 있다.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기간제 교원의 정규직화에 반대한 정규직 교원과 기간제 교원, 학교 강사들 간의 골도 과거보다 깊어졌다.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는 성명을 내고 “정부가 정규직 전환이 어렵다고 한 이유는 박근혜정부가 세월호 참사로 유명을 달리한 기간제 교사들의 순직 인정을 거부한 논리와 똑같다”며 물러나지 않고 투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사진= 서영희 기자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 무산… 4만여 선생님에 ‘희망고문’
입력 2017-09-12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