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주의란 유령 쫓아냈다”… ‘위기의 마크롱’ 돕는 해외 지원군

입력 2017-09-11 17:46

에마뉘엘 마크롱(사진) 프랑스 대통령은 인기가 바닥을 기고 있지만 그가 야심차게 추진한 노동개혁은 의외로 프랑스 안팎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현지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노동법 개정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지난 9일(현지시간)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프랑스 노동정책 주변을 수십년간 배회하던 공산주의라는 유령을 쫓아냈다”고 평가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마크롱 대통령을 ‘퇴마사(엑소시스트)’로, 노동법 개정을 ‘악령 몰아내기(엑소시즘)’로 표현했다. 여기서 악령은 프랑스 노동법에 깊숙이 배어 있던 마르크시즘을 가리킨다.

프랑스는 법적으로 노동자 권리를 강력하게 보호하고 있지만 높은 실업률이 만성질환처럼 굳어져 국가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현재 실업률은 9.5%로 독일의 배가 넘는다. 1980년 이후 7%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다. 25세 이하의 실업률은 20%를 넘는다.

마크롱 정부가 대량 실업을 줄이는 방안이라며 최근 내놓은 노동법 개정안은 기업의 노동자 해고를 쉽게 하고 노동조합의 권한을 축소한 게 골자다. 산별노조 협상권의 상당 부분을 개별기업으로 돌렸고, 사용자도 근로조건 관련 사원투표를 발의할 수 있게 했다. 또 중소기업에서 노조가 아닌 사원조직도 사용자와 임단협 교섭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두고 이코노미스트는 “불과 1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의식의 전환”이라고 평했다. 전임 프랑수아 올랑드 정권이 지난해 여름 훨씬 소극적인 노동개혁을 추진했을 때만 해도 시민사회 반발이 거셌기 때문이다.

반면 지금은 프랑스 ‘빅3’ 노조 중 2곳이 12일 노동법 개정에 항의하는 총파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또 지난 1일 일간지 르피가로의 여론조사 결과 52%가 노동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마크롱 대통령은 정적으로 부상한 급진좌파 장뤼크 멜랑숑의 거리 저항을 막아내야 한다. 멜랑숑이 이끄는 정당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는 오는 23일 대규모 항의집회를 연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