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용 전 KAI 사장, 네 갈래 압박… 단가 부풀리기·채용비리·분식회계·저가수주

입력 2017-09-12 05:03

검찰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경영비리 수사가 원가 부풀리기, 보잉-777 저가 수주, 분식회계, 채용비리 등 네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네 갈래 수사 모두 정점으로 하성용(66·사진)전 사장을 겨냥하고 있다. 검찰은 이달 중 하 전 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부를 계획이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검사 이용일)는 11일 “네 갈래로 KAI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이라며 “담당 분야를 정해 수사하되 상황에 따라 협력도 한다”고 말했다. 수사 초기 검찰은 KAI 전·현직 임원들의 원가 부풀리기를 통한 부당이득 의혹에 초점을 맞췄으나 현재는 저가 수주, 분식회계, 채용비리까지 수사 전선이 넓어진 상태다.

사실 수사 착수 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해 ‘먼지털이식 수사’라는 비판도 들었지만 지난 8일 T-50 고등훈련기 등 군용 장비 부품 원가를 100억원 이상 부풀려 군 당국에 납품한 혐의로 공모(56) 구매본부장이 구속되면서 수사에 숨통이 트였다. 같은 날 새벽 채용비리 혐의를 받던 이모(57) 경영본부장의 구속영장은 기각된 터라 의미가 더 컸다.

수사 갈래별 핵심 인물들의 신병을 우선 확보해 하 전 사장을 향한 수사망을 좁혀간다는 게 검찰의 전략이다. 핵심 연결고리인 이 본부장 구속영장 기각에 검찰은 이례적으로 “(법원이) 공범 추적을 불가능하게 한다”며 작심 비판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 본부장 혐의에 뇌물공여를 추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검찰은 하 전 사장이 올해 미국 보잉 신규 기종인 보잉-777 부품 공급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KAI에 손실을 끼친 혐의도 집중 들여다보고 있다. 하 전 사장은 보잉사와의 독점 계약 체결을 위해 경쟁사에 비해 무리하게 원가를 낮췄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저가 수주로 KAI가 1000억원대 손실을 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5월부터 독자적으로 KAI 회계감리에 착수한 금융감독원과 공조해 조직적인 회계부정 의혹을 수사 중이다. 이날 회계분식 관련 중요 증거를 부하 직원에게 파쇄토록 지시한 혐의(증거인멸교사)로 박모 개발사업관리실장에 대한 구속영장도 청구했다.

황인호 신훈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