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한국 경제를 두고 “회복력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북핵 위기에도 불구하고 올해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3%로 전망했다. 다만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 성장과 최저임금 인상 드라이브에 ‘균형과 신중’을 주문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1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방한 일주일을 정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1956년 생으로 환갑을 넘긴 라가르드 총재는 다홍빛 스커트 정장에 사슴 눈망울만한 진주 귀걸이를 착용하고 등장했다. 새빨간 손톱과 허리까지 내려오는 스카프도 인상적이다. 프랑스 싱크로나이즈드 국가대표 출신으로 2007년 프랑스 최초 여성 재무장관을 거쳐 2011년 세계 금융시장에서 1조 달러를 주무르는 IMF 총재에 올랐다. 지난해 한차례 연임에 성공한 그의 총재직 임기는 2021년까지다. 이후엔 차기 프랑스 대권에 도전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자신감 넘치는 라가르드 총재는 한국 경제를 두고 “긍정적이고 강력한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3% 성장률, 3.5% 실업률, 1.9% 물가상승률을 나열하며 “경제는 탄탄하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비무장지대(DMZ)를 찾은 걸 얘기하며, 북핵 위기에도 한국 경제는 빠른 회복력을 보일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는 “국민의 강인함을 고려할 때, 계속 탄탄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에 대해선 속도조절론을 주문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수요를 창출하는 정책인데, 그러려면 공급이 따라가야 한다”면서 “예를 들어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많은 금액을 소비해 내수를 진작하고 경제 성장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균형과 신중이 필요하다. 경제성장 속도와 발맞춰 이를 진행해야 한다. 너무 빠르게 움직이면 저숙련 노동자들이 낙오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결론으로 “변화를 추진하려면 안정적으로 진행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기자회견 직전에 청와대와 정부서울청사를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났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과 라가르드 총재가 공정 경쟁, 재벌개혁에 공감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접견 자리에서 “공정한 경쟁과 재벌개혁이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여 기업에 도움이 되고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라가르드 총재가 “한국의 공정 경쟁 정책이 유망기업의 신규진입을 촉진할 것”이라며 “재벌의 과도한 시장지배를 막아 생산성을 제고하고 포용적 성장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한 데 따른 답변이었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도 거듭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질문권은 ‘여기자→남기자→여기자’ 순으로 주어졌다. 그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는 성장을 촉진하고 불평등을 감소시킨다”며 “중기적 시계에서 재정을 활용해 육아 인프라 및 사회안전망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글=우성규 강준구 기자 mainport@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
라가르드 “한국 경제 회복력 강해… 올·내년 3% 성장”
입력 2017-09-12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