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라더니 358㎜ 물폭탄… ‘부산 물난리’ 키운 기상청 오보

입력 2017-09-12 05:00
11일 부산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내린 가운데 부산진구 당감동 다리 밑에 주차된 자동차들이 빗물에 잠겨 있다. 이날 새벽부터 시작된 폭우는 시간당 최고 100㎜를 넘기도 했다. 오른쪽은 중구 동광동 2층짜리 주택이 붕괴된 모습이다. 뉴시스, SNS 캡처

11일 부산에 최고 358㎜의 물폭탄이 쏟아져 내려 도심이 5시간 동안 마비됐다. 기상청 예보와 달리 폭우가 내려 시민들은 대혼란에 빠졌고, 산사태와 주택 붕괴, 도로 침수 등이 잇따랐다. 1047개 유치원과 초·중·고교는 임시 휴업했다.

이날 오전 6시부터 내리기 시작한 폭우는 5시간 동안 영도구 358㎜를 비롯해 강서구 가덕도 283㎜, 사하구 257㎜, 남구 248㎜, 해운대구 232㎜ 등 기록적인 강수량을 기록하면서 도심 전체를 거대한 주차장으로 만들었다.

당초 기상청은 부산을 포함한 남부지방에 시간당 30㎜ 이상, 많은 곳은 최고 150㎜ 비가 쏟아질 것으로 예보했다. 기상청 예보만 믿은 시민들은 출근시간대 혼란에 빠졌다.

이날 오전 6시부터 강서구 지사동 협성아파트 앞 도로와 사상구 감전동 새벽시장, 동래구 온천동 미남초 앞 도로, 부산진구 가야동 가야굴다리 등 도심 도로 곳곳이 침수돼 차량 통행이 중단됐다. 또 수영강과 온천천 일대 세병교와 연안교 등 잠수교의 통행도 모두 금지됐다. 이 때문에 공무원과 회사원 등의 지각사태가 속출했다.

시는 시민들에게 ‘호우로 도로가 침수돼 통행을 금지하니 우회도로를 이용해 달라’고 재난안전 문자를 보냈지만 이미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됐다.

회사원 김모(45)씨는 “일기예보만 믿고 차량을 운행했는데 대연동 일대 도로가 순식간에 물바다가 되는 바람에 2시간 이상 지각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8시30분쯤 부산 암남동 천마산터널 공사현장 인근에서는 산사태가 발생해 주차해둔 차량 10여대가 매몰됐다. 또 오전 10시24분쯤 동광동에서는 샌드위치 패널로 지은 주택 3채가 잇따라 붕괴됐다. 다행히 붕괴 조짐을 인지한 주민들이 사전 대피해 인명피해는 없었다. 시는 인근 주택도 붕괴 위험이 있다고 보고 주민들을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하도록 유도했다.

앞서 오전 7시27분쯤 거제동 한 굴다리 아래에 차량이 고립돼 운전자 등 6명이 119구조대에 구조됐다. 또 오전 8시쯤 범천동 한 노인정이 침수돼 노인 2명이 고립됐다가 119구조대에 구조됐다.

부산교육청은 이날 기상청이 호우주의보를 호우경보로 격상하자 유치원과 초·중·고교에 ‘학교장 재량휴업’ 조치를 내렸다가 물폭탄이 쏟아지자 ‘임시휴업’으로 변경하는 등 큰 혼란을 겪었다.

기상청 관계자는 “고온다습한 남서풍의 영향으로 당초 예상보다 많은 비가 내린 것 같다”며 “현재 예보 시스템으로는 정확하게 예측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부산=윤봉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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