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정규직 전환을 요구해 온 국공립 기간제 교사 3만2000여명을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7개 학교 강사 직종 중에는 유치원 돌봄교실 강사, 유치원 방과후과정 강사 1000여명만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임용시험을 치른 정규직 교사와의 형평성과 공정성을 감안하면 당연한 조치다.
교육계의 정규직 전환을 둘러싼 그간의 갈등은 탁상머리 선의(善意)의 정책이 어떤 나쁜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취임 후 사흘 만에 첫 외부 일정으로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찾아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임금과 처우에서 차별받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낮은 임금과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문제는 사회 양극화의 주범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다.
문제는 각 기업체나 업종별 현실이 제각각이어서 무 자르듯 획일적으로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비정규직 교사의 정규직화가 무산된 것은 당위론이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한 첫 번째 사례다. 정부가 성급하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기간제 교사와 교원 임용시험 준비생들과의 소모적 갈등만 키웠다. 기간제 교사나 스포츠강사 등은 설익은 정책 발표만 믿고 있다가 ‘희망고문’을 당한 셈이다.
공공기관과 기업체, 대학 등에서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둘러싼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새 정부 들어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표방한 1호 공기업 인천공항공사는 올 연말까지 자회사를 설립해 60개 외주회사 소속 비정규직 1만명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하루 아침에 일감을 잃을 처지에 놓인 외주회사들이 계약해지 관련 가처분신청과 손해배상 소송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존 계약을 합의로 해지한다 해도 막대한 위약금을 물어야 할 판이다. 다른 공공기관들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한다. 모든 정책이 그렇듯 비정규직을 쓸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을 터인데 획일적으로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 직무별·업종별 특성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하는 이유다.
[사설] 갈등만 부추기고 끝난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 논란
입력 2017-09-11 17:30 수정 2017-09-11 2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