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남자 테니스계를 화려하게 수놓은 두 스타 라파엘 나달(31·스페인)과 로저 페더러(36·스위스)가 7년 만에 메이저대회들을 양분하며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제2의 전성시대’를 완벽히 재현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빌리 진 킹 국립테니스센터에서 열린 US 오픈 남자단식 결승전. 나달은 케빈 앤더슨(남아프리카공화국)을 2시간 27분 만에 세트 스코어 3대 0(6-3 6-3 6-4)으로 가볍게 격파하고 올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를 우승으로 장식했다. 자신의 통산 세 번째 US 오픈 우승이자 16번째 그랜드슬램 정상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지난 6월 프랑스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나달은 호주 오픈과 윔블던 대회에서 우승한 페더러와 함께 올해 테니스 4대 메이저대회 우승컵을 2개씩 나눠가졌다. 두 선수가 메이저대회를 모두 석권한 것은 2010년 이후 7년 만이다. 당시 나달은 US 오픈과 프랑스 오픈, 윔블던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페더러는 호주 오픈 정상에 올랐다.
2010년만 하더라도 두 선수는 20대로 기량이 최전성기때였다. 그러나 이후 부상 등으로 승수가 점점 줄어들었다. 그런 사이에 노박 조코비치, 앤디 머리 등 젊은 선수들이 치고 올라왔다. 이들의 시대가 저무는 것처럼 보였다. 올 시즌 두 선수가 동반 부활하기 전까지 마지막 메이저 우승은 나달이 2014년 프랑스 오픈, 페더러는 2012년 윔블던 대회였다.
그러나 둘은 ‘포기’라는 단어를 몰랐다. 젊은 시절과 같은 방식의 경기를 고집하지 않고 서브 앤 발리나 정교한 스트로크를 갈고 닦으며 자신의 경기력에 경험과 정교함을 더했다. 올해 이들의 변화는 주효했고 결국 화려한 부활에 성공했다. 올해 1월 호주 오픈 결승에서는 두 선수가 맞대결을 펼치기도 했다.
박원식 대한테니스협회 홍보이사는 11일 “나달과 페더러가 전성기가 지났음에도 밀리지 않는 이유는 20대 선수들을 이기고자 끊임없이 기술 연마에 힘쓰고 있기 때문이다. 나달과 페더러는 당분간 메이저대회 4강권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무엇보다도 메이저대회 우승은 큰 무대 경험과 체력관리가 중요한데 이들은 젊은 선수들을 능가할 노하우로 우승컵을 거머쥔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선수의 치열한 라이벌 의식이 동반 부활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도 있다. 페더러는 현재 메이저대회 남자단식에서 역대 최다인 19회 우승, 나달은 16회 우승을 기록 중이다. 박 이사는 “나달과 페더러가 경쟁 의식을 가지고 우승횟수를 늘리려는 게 하나의 자극제가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날 발표된 남자프로테니스(ATP) 세계 랭킹에서 나달과 페더러는 나란히 1, 2위에 올라 랭킹으로도 다시 양강 체제를 구축했다. 회춘한 듯한 두 노장의 완벽한 스매싱에 전 세계 테니스팬들은 감동과 희열을 느끼고 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나달·페더러, 세월 앞에 ‘장사’
입력 2017-09-11 17:55 수정 2017-09-11 2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