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잇는 100억대 빌라… 규제는 남의 일?

입력 2017-09-12 05:00
현대건설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 엘루이호텔 부지에 공급하는 최고급 빌라 ‘더 펜트하우스 청담’ 조감도(위). 전 가구가 한강 조망이 가능한 복층형 구조다(오른쪽). 가격은 최고 200억원대다. 현대건설 제공

각종 부동산 규제가 쏟아지는 상황에도 100억원대를 호가하는 최고급 빌라와 아파트가 서울 청담동과 한남동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꾸준히 들어서고 있다. 이미지 쇄신을 위해 건설사들이 고급 주택 건축에 앞 다투어 나서는 가운데 초고가 물량이 주변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강남구 청담동 엘루이호텔 부지에 짓는 최고급 빌라 ‘더 펜트하우스 청담’을 공급할 예정이다. 연면적 2만957㎡, 지하 6층∼지상 20층 규모로 조성된다. 주택형별 가구 수는 전용 273㎡ 27가구, 396㎡ 2가구(최고층 펜트하우스) 등 총 29가구다.

전 가구가 복층형 구조의 펜트하우스로 한강 조망이 가능하다. 2가구로만 구성된 최고층 펜트하우스에는 독립적인 루프톱 풀이 마련될 예정이다. 분양가는 최고층 펜트하우스가 200억원대, 다른 층은 80억∼120억원으로 책정됐다. 30가구 이상부터 적용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 대상에서도 빠졌다.

청담동은 현재 고급 빌라 분양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1982년 입주한 효성빌라는 ‘효성빌라 청담 101’이라는 최고 80억원대 빌라로, 씨티아파트 1차를 재건축한 ‘청담원에이치’도 100억원 내외의 고급 빌라로 재건축될 예정이다.

롯데건설도 강북의 대표 부촌인 한남동에 고가의 아파트 분양을 앞두고 있다. 용산구 한남동 680-1번지 일대 5만9182㎡ 부지에 지하 3층∼지상 최고 9층 9개 동이 지어질 예정이다. 가격은 100억원이 넘을 것으로 관측된다. 일레븐건설이 3.3㎡당 8000만원에 낙찰받은 용산 유엔사 부지에도 고급 주택이 들어설 예정이다.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 들어선 ‘시그니엘 레지던스’ 오피스텔의 경우 분양가가 실당 42억∼370억원에 달한다.

6·19 대책과 8·2 대책 등 잇따른 규제와 미분양 위험에도 건설사가 초고가 주택 건설에 나서는 건 고급 단지가 주는 이미지 때문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연예인과 사회 지도층을 중심으로 제한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며 “중국 등 외국의 큰손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일단은 미분양이 나더라도 크게 걱정 안 한다”고 말했다.

다만 한정된 수요자를 위한 초고급 주택이 주변 집값 상승을 견인한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삼성물산의 ‘래미안 강남포레스트’나 대림산업의 ‘아크로 서울포레스트’, 현대건설의 ‘디에이치 아너힐즈’ 등 일반 고급 아파트보다 2∼3배 이상 비싼 물량이 주변 집값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10년 전만 하더라도 100억원대 이상의 고급 물량이 뜸했지만 이제는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는 형국”이라며 “청담동과 한남동을 넘어 주변 지역까지 집값 상승이 가시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