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의 칼끝은 다시 ‘원세훈’… 댓글부대 연결고리 드러나

입력 2017-09-11 05:03

이명박정부 시절 암약한 국가정보원의 민간인 댓글부대 ‘사이버 외곽팀’이 원세훈(사진) 전 국정원장의 지시에 의해 운영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으로부터 이런 내용의 진술을 확보, ‘원 전 원장-민 전 단장-민간인 팀장-3500명 팀원’으로 연결되는 지휘체계의 실체를 파악했다. 수감 중인 원 전 원장을 향해 검찰의 포위망이 한층 좁혀오고 있다.

10일 검찰에 따르면 민 전 단장은 지난 8일 소환조사에서 “원 전 원장의 지시를 받아 사이버 외곽팀을 운영했다”고 시인했다. 서울중앙지검의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팀은 민 전 단장에게 민간인 동원, 활동지침 전파 및 활동비 지급 등 외곽팀 운영 방식을 추궁했다. 민 전 단장은 국정원 퇴직자 모임인 양지회와 보수단체 등을 동원해 댓글부대를 운영했다는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다.

민 전 단장이 양지회 내부 사이버 동호회의 ‘댓글부대화’를 주도한 정황도 파악됐다. 2009년 8월 조직된 이 동호회는 민 전 단장이 부임한 2010년 12월 이후 댓글부대로 변질됐다. 이 무렵 동호회장직을 맡게 된 양지회 노모 전 기획실장은 외곽팀장으로 활동하며 회원 100여명과 함께 광범위한 댓글 공작을 펼쳤다. 특히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2012년 12월 제18대 대선에 즈음해 ‘박원순이 재벌의 돈을 빼앗았다’ ‘국민을 실험용 쥐로 본 안철수’ 등 당시 야권 후보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게시물을 포털 다음의 아고라와 트위터 등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민 전 단장은 양지회로부터 이러한 댓글 공작 내용을 직접 보고받고 활동비를 지급했다. 검찰은 이런 내용이 담긴 ‘월별 사이버 활동 실적 보고서’를 지난달 23일 양지회 압수수색 당시 공용 컴퓨터에서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검찰은 1차 수사 의뢰된 외곽팀장 30명에게 지급한 활동비 ‘영수증’을 전날 국정원에서 넘겨받아 분석작업에 착수했다. 영수증 수백장에 수십억원대의 금액이 기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를 면밀히 검토한 뒤 당시 국정원 관계자들에게 횡령, 배임, 직권남용 등 혐의를 적용할 계획이다.

원 전 원장이 외곽팀 운영을 지시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만큼 ‘윗선’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근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원 전 원장은 조만간 다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민 전 단장을 한두 차례 재소환해 조사한 뒤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과 원 전 원장 등 지휘부를 소환할 방침이다.

신훈 황인호 기자 zorb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