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6차 핵실험 성공 축하연회에 참석해 “주체혁명의 최후 승리는 확정적”이라고 선언했다. 최후 승리를 위한 김 위원장의 당면 목표는 핵·미사일 기술 고도화다. 협상의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미국과 대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김 위원장은 평양 목란관에서 열린 축하연에서 “이번에 울린 수소탄의 폭음은 간고한 세월 허리띠를 조이며 피의 대가로 이뤄낸 조선 인민의 위대한 승리”라고 강조했다고 노동신문이 10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또 자립 경제, 비상한 두뇌를 가진 과학자대군, 백두의 혁명정신으로 무장한 군대와 인민, 자력갱생의 투쟁 전통을 나열하며 최후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과시했다. 신문은 연회 날짜를 특정하지 않았지만 정권수립기념일인 9일에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평양 옥류관에서 열린 정권수립기념 69돌 경축연회도 이날 보도됐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언급한 ‘주체혁명의 최후 승리’를 외세에 휘둘리지 않고 북한 체제를 온전히 유지할 수 있는 상태로 해석했다. 이런 점에서 북한의 추가 도발은 예정된 수순이라는 평가다. 북한은 각종 매체를 동원해 “미국이 핵을 가지고 우리 국가를 일방적으로 위협하던 시대는 지났다”며 “미국의 적대시 정책이 이어지는 한 핵무력 고도화 조치는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이 정권수립기념일 당일 도발하지 않고 내부 기념행사에 집중한 건 지난 3일 6차 핵실험이 9·9절을 겨냥해 단행된 것임을 보여준다.
눈앞에 닥친 북핵 사태의 변곡점은 11일(현지시간) 예정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 투표다. 중국과 러시아의 미온적인 태도에도 불구하고 이번 결의의 제재 수위는 지난달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 14형’ 2차 시험발사 이후 채택된 결의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미국 주도의 유엔 추가 제재에 반발해 ICBM급 미사일을 정각 발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제사회가 제재를 강화하면 북한 도발도 강화되는 전형적인 치킨 게임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 5일 “미국의 날강도적인 제재·압박 책동에 우리 식으로 대답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다음 달 10일 노동당 창건일도 도발 계기가 될 수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핵·미사일 고도화 달성을 최종 목표로 하고 당장은 거기에 집중할 것”이라며 “기술적 완성도를 높여 ‘갑’의 위치에서 미국과 협상하겠다는 점이 중요한 포인트”라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은 미국이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면 협상을 병행하면서 국제사회의 제재 예봉(銳鋒)을 무디게 하는 생각도 갖고 있다고 봐야 된다”고 덧붙였다.
북한 핵·미사일 기술 완성 시점은 향후 1∼3년 내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재임 기간 북핵 문제의 전환점이 마련될 수 있다는 얘기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김정은 “수소탄 폭음… 주체혁명의 최후 승리”
입력 2017-09-11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