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임금인상 연동… ‘노사 충돌’ 없앤 SK이노베이션

입력 2017-09-11 05:02

SK이노베이션 노사가 미래 지향적이고 혁신적인 임금체계 개편안에 합의했다. 임금인상률을 물가에 연동하는 시스템을 마련한 것으로 국내 대기업 가운데 처음이다. 이 같은 시도가 다른 기업으로 확산되면 국내 노사협상 문화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 노조는 임금인상률을 통계청이 발표하는 전년도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연동하는 임금 및 단체협약 갱신교섭(임단협)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73.57%의 찬성표를 얻어 가결됐다고 10일 밝혔다. 올해 임금인상률은 지난해 CPI에 따라 1%로 결정됐다. 매년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1년씩 걸리던 ‘밀고 당기기식’ 임금협상 방식을 객관적 수치를 따르는 ‘시스템’으로 대체한 것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소모적 협상을 해오던 관행에서 벗어나 발전적인 노사 관계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결정”이라고 자평했다.

SK이노베이션 노사는 연차에 따라 임금이 꾸준히 늘어나는 기존 임금체계도 개선했다. 근로자의 역량과 생산성 향상 정도, 생애주기별 자금 수요를 종합평가해 연차별 연봉 상승폭을 조절하기로 했다. 업무 역량을 기르는 데 목돈이 필요한 신입사원이나 결혼, 내 집 마련을 준비하는 중·저연차 직원 연봉을 기존보다 높이는 대신 경제적 안정기에 접어든 고연차 직원 연봉을 낮추는 식이다.

노사는 또 임직원 기본급의 1%를 소외계층 지원 기부금으로 출연하는 방안에도 합의했다. 직원들이 기본급의 1%를 자발적으로 기부하면 회사도 같은 금액만큼 기부금으로 적립하는 ‘매칭그랜트’ 방식을 채택했다.

반면 현대자동차 노조는 올해 회사가 극심한 판매부진으로 경영 상황이 어려운데도 관행처럼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수차례 파업을 벌여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노조원들이 고액 연봉을 받고 있음에도 회사 경영에는 ‘나몰라라’하며 올해 임금 15만4883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임금 협상과정에서 최근 5년 연속 파업을 이어갔다. 이로 인한 손실액만 6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글=유성열 오주환 기자 nukuva@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