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술핵 재배치’ 카드 만지작… 중국 움직일 지렛대?

입력 2017-09-11 05:02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북한 정권 수립기념일인 9일 평양 인민극장에서 열린 수소탄 시험 성공 축하공연에서 담배를 손에 쥔 채 박수를 치고 있다. 김 위원장 왼쪽에 지난 2월 셋째 아이를 출산한 부인 이설주가 보인다. 북한 핵개발 사령탑인 홍승무 노동당 군수공업부 부부장(오른쪽)과 실무책임자인 핵무기연구소 소장 이홍섭(오른쪽 두 번째)이 각각 대장, 상장 계급장을 달고 김 위원장 옆에 앉아 있다. 노동신문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한반도에 전술핵을 재배치하자는 주장이 한·미 양국에서 다시 분출하고 있다. 북한의 핵무장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전술핵 재배치로 바로잡아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 NBC 방송은 지난 8일(현지시간) 백악관과 국방부 고위관리의 말을 인용, 한국의 요청이 있을 경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한반도의 전술핵 재배치를 포함한 여러 옵션을 검토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핵심 정책 담당자들 사이에서 전술핵 재배치 문제가 논의되고 있음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핵 전문가인 김태우 건양대 석좌교수는 10일 “현재 핵불균형 상태에서는 북한의 상시적인 겁주기, 도발 위협 등에 시달려야 한다”며 “전술핵 재배치는 남한의 일방적인 취약성을 해소시킬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북한 핵전력에 대응해 우리 군이 사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무기체계가 없다는 것도 전술핵 재배치의 근거다.

전술핵 재배치가 실제 이뤄지지 않더라도 이런 논의가 중국을 움직일 수 있는 지렛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북한에 이어 한국, 일본, 대만까지 핵무장에 나서면 동북아시아엔 필연적으로 불안정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는 동아시아 패권을 노리는 중국으로선 원치 않는 그림이다. 전술핵 재반입 논의를 통해 ‘핵 도미노’ 현상을 우려한 중국을 압박할 수 있고, 북한에 대한 압박도 강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전술핵이 실제로 한반도에 재배치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전술핵의 주인인 미국 정부 입장이 아직은 분명치 않다. 한반도 재반입 반대 기류가 약해진 것은 분명하지만 전술핵 효용성에 의구심을 보이는 시각은 여전하다. 다만 북한이 수소폭탄 성공을 과시하는 만큼, 미국 정부 내에서도 이전과 차원이 다른 정책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술핵 재배치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있다. 전술핵이 재배치될 경우 유력한 후보인 전술핵폭탄 ‘B61-12’는 전투기에서 투하하는 형식이다. 괌 또는 주일미군기지에 배치된 전투기·잠수함의 공격 시간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때문에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을 포함한 ‘확장억제’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게 미 군사전문가들 얘기다.

한반도에 전술핵이 반입되더라도 통제권이 미국에 있다면 효용성은 크게 떨어질 수 있다. 한 국책연구소 전문위원은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에 배치한 전술핵 200여기의 정보를 동맹국과 공유하지만, 통제권은 미국만 갖고 있다”며 “핵무기 통제권을 우리 정부가 가지지 않는 이상 재배치는 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