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안보 위기·인사 난맥상 놓고 보수·진보 ‘양면 공세’
입력 2017-09-11 05:00
더불어민주당이 정기국회 정상화를 앞두고 좁아지는 정치적 입지에 고심하고 있다. 북한 6차 핵실험으로 조성된 안보 위기 상황과 일부 인사 논란으로 보수 진영은 물론 진보 진영의 이탈 조짐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에 우호적이었던 정의당과 시민단체 등 진보진영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추가배치 강행을 계기로 여권과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민주당의 최대 숙제는 대북 안보 이슈에 대한 주도권 확보다. 북핵 위기가 현실화되자 보수야당은 기다렸다는 듯 정부의 안보 무능을 질타하며 존재감 과시에 나섰다. 북한이 핵 도발을 통해 북·미 대결구도를 부각시키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주장해 온 ‘한반도 운전자론’이 융단폭격을 맞고 있지만 지난 6일 긴급 안보당정협의에서는 ‘제재와 압박’이란 원론적 대응 이외의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
정부가 단기 대응책의 일환으로 7일 사드 4기 추가배치를 강행했으나, 이번에는 정부여당의 정책·인선에 보조를 맞춰온 정의당이 폭발했다. 이정미 대표와 노회찬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문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입장변화를 공격했다. 김종대 의원은 “정부는 이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푸들로 전락했다”고까지 비난했다. 원내 6석에 불과한 정의당이지만, 진보 진영의 상징성을 무시하긴 어렵다.
핵심 지지층이 정부여당에 대한 기대와 지지를 점차 거둬들이는 분위기도 부담스럽다. 대선 당시 문 대통령 캠프에서 활동한 ‘멘토’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조차 지난 7일 남북관계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우리가 촛불로 문 대통령을 뽑았는데 다른 사람이 대통령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아베처럼 돼 가고 있다”고 쓴소리를 날렸다. 대통령이 앞장서 대북 제재 국면을 선도하는 모양새가 박근혜정부와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지만,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적 의견이 나오고 있다. 당 안팎에선 “높은 국민 지지도에 기대 난국을 버텨온 만큼 핵심 지지층의 이반은 급격한 개혁동력 상실로 직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보수야당은 물론 국민의당까지 ‘전술핵 재배치’ 논의에 동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민주정부의 대북정책 계승과 전술핵 재배치 불가를 주장해 온 현 정부로선 점차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는 양상이다.
인사문제도 걸림돌이다. 11일부터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와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잇따라 예정돼 있지만 야권의 반발기류가 심상치 않다. 보수야당뿐 아니라 국민의당과 정의당까지 나서 철저한 검증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유한국당의 국회 복귀가 대정부질문과 인사청문회 국면에서 야권의 ‘대(對)여 단일공조’로 이어져 여당이 사면초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기존 국회 구도는 민주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이 공조하고 한국당이 고립되는 3대 1 구도였지만,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민주당이 고립되는 1대 3 구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