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츠렸던 강남 재건축 시장 다시 살아나나

입력 2017-09-11 05:00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래미안갤러리에 문을 연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 견본주택이 방문객들로 붐비고 있다.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는 개포시영 재건축 아파트다. 삼성물산 제공

정부의 고강도 규제에도 불구하고 강남발(發) 재건축 시장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로또 분양’을 노린 수요자가 몰리면서 청약경쟁률이 껑충 뛰었고,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값도 보합세로 돌아섰다. 건설사 간 재건축 시장 혈투가 이어지는 가운데 하반기 최대어인 서울 반포주공1단지의 승자가 가려지면 ‘강남불패’ 신화가 재현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일 서울 송파구에 문을 연 ‘래미안 강남포레스트’(개포시영 재건축) 견본주택에는 주말 3일간 1만5000여명이 다녀갔다. 이 단지는 정부의 고분양가 억제 방침에 따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 보증을 받는 과정에서 분양가가 당초보다 3.3㎡²당 300만원가량 떨어진 평균 4244만원으로 책정됐다. 이에 따라 분양가가 인근 시세보다 3억∼4억원가량 낮아져 시세 차익을 노린 수요자가 대거 몰린 것이다.

앞서 청약을 마감한 서울 서초구 ‘신반포센트럴자이’(신반포 6차 재건축) 아파트는 특별공급을 제외한 98가구 모집에 무려 1만6472명이 몰려 평균 168대 1의 청약률을 기록했다. GS건설이 지난 7월 분양한 ‘신길센트럴자이’의 올해 서울 최고 청약률(56대 1) 기록을 가볍게 갈아치웠다. 이르면 다음 달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강남 재건축 단지 분양가가 대폭 떨어질 예정이어서 막차를 노린 수요가 커질 전망이다.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값도 한 달간 이어지던 하락세에서 지난주 보합으로 전환됐다. 서울시 심의를 통과해 최고 50층 재건축의 꿈을 이룬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 전용 119㎡의 경우 현재 17억원 이상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8·2대책 발표 직후 급매물이 15억5000만원 선에 나온 것과 비교하면 한 달 새 1억3000만원가량 오른 것이다. 잠실 주공5단지 가격이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의 호가도 오르는 추세다.

건설사 간 재건축 경쟁도 치열하다. 대우건설은 지난 9일 열린 신반포 15차 재건축 사업 시공자 선정 조합원 총회에서 롯데건설을 제치고 시공사로 최종 선정됐다. 조합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골든타임 후분양제를 제안한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고배를 마신 롯데건설은 서울 서초구 신반포 13·14차 시공권을 따냈다. 특히 오는 28일에는 공사비만 2조6000억원에 달하는 ‘최대어’ 반포주공1단지(1·2·4주구)를 두고 현대건설과 GS건설 간 승자가 결정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고강도 규제에도 재건축 시장이 활기를 더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6·19 대책 이후 숨죽였던 수요자들이 추석을 전후해 발표되는 ‘가계부채 종합대책’과 ‘주거복지 로드맵’ 이후 본격 활동을 재개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 악재 속에도 희소성 탓에 재건축 시장은 계속 달아오를 것”이라며 “추석 이후 눈치 보기가 조금이나마 완화되면 변동 폭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