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사즉생 각오로 죽음의 계곡 건너겠다”

입력 2017-09-11 05:00

바른정당 유승민(사진) 의원이 ‘사즉생(死則生)’이라는 표현을 쓰며 바른정당의 차기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겠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쳤다.

유 의원은 1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바른정당이 최대 위기에 처한 지금 죽기를 각오한다면 못할 일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여기서 퇴보하면 우리는 죽는다. 여기서 전진하면 우리는 희망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 정도 결기도 없이 무슨 개혁보수를 해내겠느냐”며 “동지들과 함께 죽음의 계곡을 건너겠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자유한국당과의 보수통합론에 비판적인 입장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힘들고 어려울 때 누구나 달콤한 유혹에 빠질 수 있다”며 “그러나 아무리 힘들어도 뒷걸음쳐서야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당장의 선거만 생각해 우리의 다짐과 가치를 헌신짝처럼 내팽개친다면 국민의 마음을 얻기는커녕 우리는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라며 “지금보다 더 바닥으로 추락할 수도 있다. 그래도 이 길을 꿋꿋이 가야만 한다”고 썼다.

지난 5·9대선 패배 이후 당권을 장악한 홍준표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달리 공식 활동을 자제해 온 유 의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자강론을 펼치며 비대위원장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피력한 것이다. 이혜훈 전 대표가 금품수수 의혹으로 자진 사퇴한 이후 바른정당의 자강론자들은 “유 의원이 당의 전면에 나서서 위기를 수습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당과의 보수 통합, 또는 국민의당·한국당을 묶는 ‘3자 통합’에 쏠려 있는 통합론자들은 유 비대위원장 카드에 부정적이다. 이들은 전당대회 이전까지 주호영 원내대표가 당대표를 임시로 맡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다. 김용태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미는 분위기도 있다.

바른정당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와 소속 의원들의 만찬 모임 등을 통해 당의 지도체제 구성을 논의했다. 13일로 예정된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가 비대위원장 인선 문제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비대위원장 문제를 놓고 바른정당이 내분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