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 잡는 맹견 4마리 산책하던 40대 부부 물어뜯어

입력 2017-09-10 19:05 수정 2017-09-10 21:38
전북 고창에서 산책 중인 40대 부부를 공격한 맹견들이 경찰에 포획돼 철제 우리에 갇혀 있다. 고창경찰서 제공

산책 중이던 40대 부부가 멧돼지 사냥을 훈련받은 맹견들에게 물어뜯기는 아찔한 사건이 발생했다. 개 주인은 목줄과 입마개를 하지 않고 길가에 사냥개를 풀어놓아 중과실치상 혐의로 입건됐다.

사건은 지난 8일 오후 10시20분쯤 전북 고창군 고창읍 고인돌박물관 앞에서 일어났다. 산책을 나온 고모(46)씨 부부가 사냥개 4마리에 물렸다. 고씨는 엉덩이 몇 군데에 큰 이빨 자국이 났고, 부인 이씨는 오른팔 살점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큰 상처를 입었다.

급박히 개를 뿌리친 남편 고씨는 아내의 팔을 물고 논가까지 끌고 가던 다른 사냥개를 발로 차서 물리쳤다.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목숨까지 위험할 뻔한 순간이었다.

청소년 몸집만한 사냥개들은 이날 목줄과 입마개가 없는 상태로 주인을 따라 집을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현장에 있던 개 주인 강모(56)씨를 중과실치상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피해 부부의 부상이 심한 데다 개 주인이 피해자들에게 별다른 구호조치를 하지 않은 정황을 고려해 중과실치상 혐의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중과실치상은 5년 이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해당한다.

강씨는 경찰 조사에서 “잠깐 신경을 못 썼는데 개들이 달려 나갔다. 사람을 무는 것을 보고 달려가 개들을 말렸다”고 진술했으나, 피해 부부와 목격자는 “주인은 도망갔다가 상황이 다 끝나고 나타나 개를 데리고 갔다”고 반박했다.

조사 결과 이들 개는 2년생 대형 잡종견(믹스견)으로 강씨가 자신의 논과 밭을 헤집는 멧돼지를 잡기 위해 사냥개로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고창=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