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찾아나선 ‘학교 밖 청소년’이 정부 눈엔 ‘문제아’?

입력 2017-09-11 05:01

지난해 고등학교를 자퇴한 박소미(가명·17)양은 최근 여성가족부가 펴낸 ‘학교 밖 청소년 멘토링 가이드북’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학교 밖 청소년 특성에 대해 ‘목표가 부재하고 생활습관이 불규칙하며 상담관계의 형성이 어렵다’고 설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양은 10일 “학교를 그만뒀다고 하면 ‘비행 청소년’ ‘문제아’로 바라보는 사회의 단면이 고스란히 드러난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여가부는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편견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일자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공통적 특성이 아니라 공통적 ‘부적응’ 특성을 설명하는 것이었는데 오류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박양은 패션 디자이너라는 꿈 때문에 스스로 학교 밖으로 걸어 나왔다. 그는 “입시 위주인 학교 공부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며 “학교 다닐 때보다 더 규칙적으로 생각하며 진로 공부와 검정고시 준비를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 밖 청소년의 성격·범위가 다양해졌지만 이들을 지원하는 정부의 인식은 제자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부 사례만 부각해 ‘학교 밖 청소년=위기 청소년’으로 규정짓는 고정관념이 팽배해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교육에 대한 욕구가 커지는 상황에 맞게 학교 밖 청소년 지원 방식을 다각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학교 밖 청소년들은 매년 늘고 있다. 여가부와 교육부에 따르면 2015년 학교 밖 청소년은 38만7000명이며 매년 4만∼7만명씩 늘고 있다.

좋은교사운동본부 임종화 대표는 “학교 밖으로 나온 아이들에 대해 ‘부적응자’ ‘어차피 학교로 돌아갈 아이들’이라는 인식이 많지만 실제로는 ‘대안 교육’을 위해 스스로 걸어 나온 이들도 많다”며 “꿈과 소질을 찾아 대안적인 삶을 추구하는 이들의 선택을 인정하는 새로운 흐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학교 밖 청소년 지원을 ‘단편적 복지’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여가부의 대책도 주로 검정고시 지원, 전문 직업 훈련, 건강검진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임 대표는 “전국 200여개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도 그 전신이 대부분 상담복지센터”라며 “2년 전 제정된 학교밖청소년지원법에는 교육지원 관련 조항이 있지만 사장돼 있다. 정작 ‘교육’이 제일 필요한 시기인데 교육적 소외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2년째 학교 바깥에서 조리사가 되겠다는 꿈을 키워가고 있는 윤민수(18)군은 “각자 진로와 상황에 맞게 도움을 주면 좋을 텐데 지원형태가 일률적”이라며 “학교 밖으로 나온 시간이 길어질수록 방향을 잃는 친구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학교 밖 청소년 지원을 ‘교육’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안교육 단체인 ‘공간 민들레’ 김경옥 대표는 “단발적인 직업교육이나 검정고시 공부만 돕는 건 학교 밖 아이들을 다시 사회 밖으로 내모는 꼴”이라며 “‘내가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등 삶을 헤쳐갈 수 있는 근본적인 힘을 키워주는 교육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적 지원 확대가 먼저라는 목소리도 있다. 2015∼2016년 여가부의 도움을 받은 학교 밖 청소년은 8만여명으로 전체 40만명에 한참 못 미친다.

조규필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학교밖청소년지원단장은 “일부 시군구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에선 상담사 2명이 각각 연간 100명을 관리한다고 들었다”며 “지원이 점점 나아지고 있지만 인력·예산 면에서 충분한 서비스를 제공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글=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일러스트=전진이 기자